英 감세안 전면 폐기...트러스 "너무 멀리, 빨리 갔다"
"완벽하지 않았다"
사과는 하면서 사퇴는 거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안이 불러온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지만, 집권 한 달 여 만에 핵심 공약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실각 위험은 고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표 경제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나는 우리의 비전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한 달간의 행보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실수는 바로잡았다"며 "여전히 영국 경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달성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간 것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였고 실수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에 전념했지만 이제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이 '트러스표' 감세안을 전면 폐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영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은 축소한다고 밝혔다. 최저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는 시기를 1년 앞당기려던 것을 백지화하고 경제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무기한 동결한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 에너지 요금 지원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도 모두 철회했다.
벌써 두 번의 유턴을 겪었던 트러스 총리의 대표 경제 정책인 감세안이 사실상 전면 폐기된 것으로, 지금까지 취소된 감세정책 규모는 전체 450억파운드 중 320억파운드에 달한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을 되돌리고 사과하는데 스스로 정직했다고 강조하면서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트러스 총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것은 정직한 정치인의 표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실수를 해결했고, 내가 가진 방식으로 국가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것이 완전히 무책임한 것"이라며 말했다.
다만 "다음 총선까지는 보수당을 이끌겠다"고 말하며 사퇴는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보수당 내부의 논쟁이 아닌 눈앞에 놓인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감세를 통한 성장'이라는 핵심 공약이 전면 폐기된 상황에서 다음 총선까지 총리직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트러스표 감세 정책이 백지화되면서 트러스 총리가 자리를 지킬 명분이 사라지고 있고 헌트 장관이 사실상 총리처럼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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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도 트러스 총리를 향한 사임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보수당 의원 100명 이상이 이미 불신임 서한을 보낼 준비를 마쳤으며 이번 주 후반 트러스 총리를 내쫓을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한 보수당 의원이 이날 2명 추가돼 5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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