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첫 6개월 연속 무역적자…무협, '무역산업포럼' 발족
월 1회 이상 개최
노동·규제·수출·기후변화 등
6대 목표 20대 정책과제 발굴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 적자 위기에 빠지자 한국무역협회가 나섰다. 무역산업포럼을 발족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회의를 하면서 노동·규제·수출·기후변화 등 의제 관련 6대 목표와 2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등 국가적인 위기 대응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코로나19가 연말에 종식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내년 상반기에 해결되더라도 실물 경제 정상화까지는 약 10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무협은 17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포럼을 발족하고 무역·투자 위기 극복을 위한 6대 목표, 2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1회 포럼 주제는 '국내 수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이고, 급격히 나빠지는 무역수지 적자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 등을 집중 논의했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발족사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모색하기 위해 본 포럼을 발족했다"며 "무역·산업 분야 최고 논의의 장으로 발전시켜 경제계 정책 제언의 새로운 게이트웨이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출경쟁력 강화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뿌리깊은 규제를 개선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건실한 수출기업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교한 정책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올해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4675억달러(약 674조원)였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 러·우 전쟁 등 대외 리스크에도 경쟁국보다는 선방했다는 평이다. 국가 간 통계 비교가 가능한 7월로 국한하면 한국 수출은 14.6% 늘었다. 증가율은 독일(1.4%), 일본(0.2%)을 압도했다. 세계 수출국 순위도 지난해 7위에서 올해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무협은 "실질적으로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수출 4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중국, 미국, 독일, 일본(5위)에 이은 세계 다섯번째 수출 강국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도 역대 최소인 266억달러(약 38조원)로 축소된 점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문제는 가파른 수입 증가세다. 올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한 4926억달러(약 710조원)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13.5%)을 10%포인트(p) 이상 웃도는 바람에 무역 적자 신세가 됐다.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등 값비싼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체제를 유지하는 '에너지과소비' 구조가 형성된 상황. 거기다 원유 가격 급등이 겹치며 수입증가율이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체 수입에서 4대 에너지인 원유·천연가스·유연탄·나프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20.3%에서 올해 27.2%로 급증했다.
다만 무협은 전체 교역 대비 무역 적자 비중이 크진 않다고 진단했다. 무역수지 악화 규모도 경쟁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알렸다. 지난달까지 한국의 무역액은 1조787억달러(약 1555조원). 무역적자는 289억달러(약 42조원)로 비중이 2.7%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한국 무역수지 증감 규모는 ?279억달러(약 -40조원)다. 감소액은 일본(-724억달러·약 -104조원), 독일(-722억달러·약 -104조원)의 절반 이하였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올해 무역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과 러·우 사태 등 단기 요인에 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올해 말 종식되고 러·우 전쟁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해결된다 해도, 단기 요인 해소가 실물경제 정상화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약 10개월 정도가 소요될 전망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 기간 고금리 영향으로 우량 수출기업이 파산되는 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수출기업 대출 상환 연장, 신용보증 확대, 저금리 적용 등 금융기관과 정부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협은 지속적 수출 확대와 무역흑자 기반 조성을 위해 단기적으로 에너지과소비 구조와 노동경직성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혁파와 신산업육성 그리고 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한 세제개혁 등을 통해 강한 수출산업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대책으로 ▲노동유연성 제고 ▲규제·역차별 철폐 ▲ 수출산업 기반 강화 ▲해외 판로개척 지원 ▲과다 수입 유발 각종 정책·제도 개선 ▲기후변화·통상대응 강화 등 6대 목표, 20대 정책 과제를 제언했다.
세부 정책과제로는 주52시간제 보완, 파견·대체 근로 허용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 제조업 외국인 인력수급제도 개선, 수도권 입지 규제 개선, 안전운임제 보완, 투자세액공제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전쟁 후 복구사업이 필요한 동유럽 시장 선제 대응은 물론 대규모 무역흑자로 풍부한 '오일머니'를 확보한 중동 산유국의 산업화 전략과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등 제3세대 신흥공업국의 산업화 정책 협력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진 정책 토론에서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가격 49위, 비즈니스 법령 48위, 노동시장 42위, 제도 프레임워크 32위 등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낮은 생산성은 제도, 법, 규제에 기인한다"며 "세계경제포럼(WEF),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연례 국제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등수가 가장 낮은 분야는 법, 규제, 제도 관련 분야"라고 제시했다. 그는 "비효율적인 법과 규제, 중복규제와 덩어리 규제가 산적해 단순 규제 완화나 제거로는 개혁이 어려운 만큼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정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중국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무역 역조의 구조적 이유는 한-중 분업구조 역전에 따른 대중국 무역적자도 원인 중 하나"라며 "중국의 산업 발전에 따라 한-중 상호 산업분업 역할이 반전되며 우리 산업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중국은 우리 중간재의 최대 수요처로서 북미·유럽시장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나, 최근엔 중국이 중간재 수출국으로 올라서고 있다”며 "업종별로 현재의 흐름에 편승하는 전략과 흐름을 전환시키는 전략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편승 전략'이란 중국의 산업 고도화 추세를 고려해 맞춤형 고부가가치 중간재 수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 전략'은 역전된 한-중 분업관계를 재역전시킬 수 있는 전략 품목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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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선 ▲탄소 배출권거래제 개선 및 지원제도 도입(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근로기준법'을 '근로계약법'으로 바꾸는 작업(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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