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첫 선보인 한미합작공연 “기술적 고립, 늙음에 대한 고민 담아”
'여종업원과 남자도적' 르네 필리피 예술감독 인터뷰
"홍길동전서도 영감 받아...한국서도 연극 선보이고 싶어"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상상해보세요. 아마 미래에는 아니 지금도 모든 인간이 고립되고 혼자 사는 세상, 유일하게 허용되는 상호작용은 휴대폰 뿐인 곳이 있을 거에요. 이런 디스토피아 사회가 바로 연극의 배경입니다."
뉴욕에서 첫 선을 보인 한미 창작음악극 '여종업원과 남자도적'의 미국측 공동 연출자 르네 필리피 예술감독(콘크리트 템플 씨어터)은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딕슨 플레이스에서 공연을 마친 후 기자와 만나 "기술적 고립과 늙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연극을 소개했다.
한국의 극공작소 마방진·옐로밤 프로덕션과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콘크리트 템플 씨어터가 4년 이상의 협업을 거쳐 공개한 이 연극은 휴대폰으로 통제되는 가상의 사회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각자의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여종업원과 남자도적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극작과 공동 연출을 맡은 필리피 감독은 "소외되고 무시 당하는 노인들을 구하기 위해 여종업원은 납치를 결정하고, 가족들에게 쫓겨난 청년은 (사회를 컨트롤하는) 휴대폰을 훔쳐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도적이 된다"며 "등장 인물들은 그들이 믿는 것을 위해 싸우면서 노래한다. 만화책에서 나올 법한 매시업 스타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연극은 기술적 진보로 인해 사회와 단절되는 인간 소외 현상을 노인, 가족에 초점을 맞춰 위트 넘치는 대사와 음악으로 풀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사회와 단절·고립됐던 고령층과 사회적 약자의 소외 현상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필리피 감독은 연극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모두 휴대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인간적 연결은 붕괴되고 있다. 또한 우리 삶에 미치는 기업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포용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더 강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로 (동시) 공연한 것 역시 힘, 깊이, 인간성을 부여하면서 작품을 확장 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극 초반에 등장하는 '미역국'은 필리피 감독이 대본을 쓰기 시작한 계기다. 그는 "새 작품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오랜 동료인 최미선 씨로부터 미역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여기에서 시작해 부모 부양을 하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한국에서 '늙음(old)'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남자도적)이 대립하는 구조는 독일의 대표적인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의 작품 ‘군도’와 한국 고전 ‘홍길동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필리피 감독은 "홍길동전을 좋아한다. 멋진 이야기(wonderful story)"라며 "홍길동전과 군도의 유사성에 감동을 받았다. 두 작품 모두 정의, 약자들을 가시화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필리피 감독은 한국측 파트너인 마방진과 옐로밤에 대한 존경도 표했다. 한미 양측은 시차와 물리적 거리,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작품을 제작, 발전시켜왔다. 그는 "이번 협업이 제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지 강조하고 싶다"며 "한국에서도 꼭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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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업원 도희역을 맡은 최주연 배우 역시 "미국 뉴욕에서 (영어와 함께)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뜻 깊었다"며 "4년 이상 작품을 이어오며 방향성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번 공연을 올릴 수 있었고, 빠른 시일 내 한국에서도 꼭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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