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관투자가, 엔 약세 탓에 금리 오른 美국채 되레 매도
美 국채 금리 올해 두배로 올랐지만 엔화 헷지 비용도 치솟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시장의 큰손인 일본 기관투자가가 미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MO 캐피털 마켓츠는 지난 3개월 동안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 국채를 600억달러어치 가량 매도한 것으로 추산했다. BMO의 벤 제프리 외환 투자전략가는 "일본에서 미국 국채 매도량이 상당하다"며 "2017년 초와 비슷한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반길만한 일이다.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장기간 원금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다면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1.53%에서 올해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지난 2일 장중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기도 했다.
반면 일본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아직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25%에 도달하면 국채 매수에 나서며 금리 상승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이자 수익을 위해 자국 국채보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환헷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실질적인 이자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고 외환 거래 헷지 비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반 수준으로 올라갔다. 헷지 비용은 1년 전 0.3%포인트 수준이었으나 최근 1.66%포인트 수준까지 치솟았다. 외환 거래 헷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3%로 올랐지만 실질적인 수익은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세이 자산운용의 채권부 총괄 매니저 미우라 에치로는 "미국 국채 투자에서 헷지 비용이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UFJ 코쿠사이 자산운용의 히구치 타츠야 수석 매니저는 "헷지 비용을 따진다면 향후 6개월 동안에는 미국보다 유럽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엔화는 달러에 대해 13% 넘게 하락한 반면 유로에 대해서는 하락률이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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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국채를 매수하는 양적완화를 중단했다. 4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에는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QT)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우선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청산하면서 보유 자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만기 도래 전 채권을 매도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자산 축소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큰손인 일본 기관투자가가 매수를 하지 않으면 미국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이 가팔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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