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젊은 여성들의 이유 있는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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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진영 대결의 극한’에서 이뤄진 승부요, 그마저도 0.73%포인트 차의 신승이 빚어낸 ‘상호 불만’의 긴장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단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공동정부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더 좋은 정권교체’의 가닥이 어떻게 잡힐지, 이후 인수위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당 지도부가 사퇴한 후 비대위 체제로 방향은 잡았지만, 과연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나름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지만, 왜 졌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선 직전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정세 변화의 흐름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녀’로 불렀지만, 20대 젊은이들을 남성과 여성으로 편 가르는 표현이기에 ‘이대남’을 포함해서 용어 자체부터 내키지 않았다. ‘나쁜 정치’가 프레임화시킨 몰상식한 대결구도였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때 가장 뜨거운 대결구도가 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누구는 그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득을 봤다. 또 누구는 그 프레임 때문에 피눈물을 쏟아 냈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1번녀, 2번남 등의 낯선 표현들이 줄을 잇고 있다. 때 아닌 입당 러시도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선거 후 스트레스 장애’를 뜻하는 ‘PESD’라는 말도 등장했다. 대선은 끝났지만 ‘진영 간 대결구도’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당선인이 내놓은 일성은 ‘국민 통합’이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발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면 대선 직후 더 가시화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됐다. 젊은 층을 남성과 여성으로 갈라치기 하고, 그들 간에 끊임없는 혐오와 배제를 양산시키는 ‘나쁜 정치’로는 온전한 국정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통합을 선언한 윤 당선인도 대선 이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봤다. ‘이대남 프레임’에 분노하고 있는 이대녀들의 이유 있는 저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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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은 단호했다. 젠더 갈등을 상징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그대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 때도 있었던 여성 관련 분과는 윤 당선인의 인수위에는 없다. 향후 새 정부의 여성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의 새 정부 정책기조에 대해 젊은 여성들, 이대녀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더 결집하고 더 강하게 싸우고 더 정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의 실패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규정할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지지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 출범부터 통합이 아니라 ‘충돌’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칫 6·1 지방선거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승한 윤 당선인이 젊은 여성들의 이유 있는 저항에 더 귀 기울여야 할 이유라 하겠다.

박상병(정치평론가)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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