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명심해야 할 단어들
초심, 민생, 외교 단어 가슴에 새겨야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 잊지 말아야
정치는 드라마다. 그래도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20대 대선 개표 과정이 그랬다. 24만여표 차로 승패가 갈렸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슴 졸인 긴 밤이었다. 웃다가 울었고 당황했다 환호했다. 역사의 한 장면이 또 이렇게 만들어졌다. ‘문재인 시대’에서 ‘윤석열 시대’로의 이행이다.
대통령 권력의 정점은 당선 직후다. 그때가 최고의 정점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 그렇다. 역설적이지만 그 이후부터 권력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것을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행태가 달라진다. 최고의 권력은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그것은 신뢰하는 가운데 권력을 위임하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더 이상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두 개의 대한민국을 보여줬다. 엄연한 현실이다. 지역이나 세대를 넘어 성별까지, 우리 사회 갈등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그만큼 새 정부가 안게 된 과제가 많다. 상호 협력 없이는 제대로 풀어갈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의 당선은)위대한 국민의 승리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명심할 몇 개의 단어가 있다. 우선 ‘초심(初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초심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으나 당선 이후 헌신짝처럼 버렸다. 문 대통령은 ‘통합, 화합’을 내세웠으나 그 어느 때보다 진영 간 갈등이 극심했다. 첫단추를 이렇게 꿴 것이 결국 탄핵과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의회 경험이 없는 대통령, 소수 야당 출신 대통령, 24만여표 차로 당선한 대통령이라는 현실을 엄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울타리 밖에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정부에 등용하고 의견이 다른 세력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말한 ‘협치’를 말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해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민생’이라는 단어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뜻과 이상이라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적용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민생이 편안해야 나라가 안정되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등이 따뜻하고 배불리 먹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평범한 이들의 오래된 염원이다. 무어라 할 수 없다. 정책의 최우선 방점을 민생에 찍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기본은 일자리다.
‘외교’는 우리의 생존과 관련한 키워드다. 우리의 운명은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격랑에 휩쓸려 들어간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멀리는 삼국시대 백제의 멸망에서 조선시대 임진왜란 그리고 근대 청일전쟁이나 현대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외교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에 있는 우리는 지혜로운 외교력을 발휘해 국가 발전을 꾀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특히 우리 주변 4강이 미국·일본 vs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구도 속에서 갈등이 커져가는 현 시점은 그 어느 때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크다. 윤 당선인이 ‘초심, 민생, 외교’ 키워드를 바탕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소종섭 정치에디터 kumk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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