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그냥"…그들은 왜 방화범이 되었나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강원 강릉과 동해 지역에 발생한 대형산불은 60대 남성이 홧김에 저지른 방화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이 무시했다는 이유로 낸 불은 수많은 사람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8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시쯤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추정치는 4000㏊에 달한다. 강릉 1900㏊, 동해 2100㏊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여의도 면적(290㏊)의 13배가 넘고 축구장 면적(0.714㏊)의 5602배가량의 수치다.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동해에서 주택 등 130채가 전소되고 53채가 부분 소실됐다. 강릉에서는 주택 10채가 전소되고 4채가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이로 인해 동해와 강릉에서는 모두 11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앞으로의 막막한 삶을 걱정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 산불은 강릉 옥계에 사는 60대 남성 A씨가 토치로 불을 질러 시작됐다.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방화를 저질렀다는 A씨는 지난 6일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불특정 다수에게도 피해를 주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특징을 지닌 방화 범죄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1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방화 및 방화 의심 화재는 758건에 달한다. 지난 2011년엔 2250건, 2012년 1706건, 2018년 917건, 2019년 805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방화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통계상 방화범은 주로 A씨처럼 중장년층 남성이었다. 대검찰청이 발행한 2021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검거된 방화범 중 83.9%가 남성 범죄자였다. 연령별로는 '51∼60세'가 29.7%로 가장 많았고, '41∼50세'(21.8%), '61세 이상'(15.9%), '31∼40세'(12.4%) 등이 뒤를 이었다.
방화범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를 보면 44.3%가 정상인 상태였다. 주취 상태는 41.7%에 달했다. 이들 중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는 14.0%였다.
방화범 중 절반가량은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범행 동기로 '우발적'이 4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20.8%), '미상'(15.6%), '현실불만'(7.0%), '가정불화'(5.3%), '호기심'(2.8%), '부주의'(1.9%)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울산 등지에서 연쇄적으로 산불을 낸 이른바 '봉대산 불다람쥐' 김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산불을 내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씨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6차례에 걸쳐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08년 2월10일 숭례문에 불을 낸 희대의 방화범 채씨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채씨는 경기 고양시에 소유한 땅이 도로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건설회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소송을 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방화는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만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큰 만큼 경각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방화 사건에 대한 처벌 강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화범을 검거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실수 또는 초범이나 고령인 경우는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3월 산림 244㏊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 옥계 산불 당시 경찰은 약초 채취꾼 2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이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하지만 법원의 선고는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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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에 불을 낸 채씨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으며 '봉대산 불다람쥐' 김씨 또한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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