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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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의 열세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심을 하다

플라톤은 당시 집권하던 민주정이 501명의 배심원 투표를 통해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키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일반 대중은 우매할 수 있으며,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는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 듯하다. 플라톤은 저서 '국가론'에서 시민의 계급을 농부·수공업자 등 생산주체와 군인 및 정치가로 나누는 분업 체계를 적용하고, 그중 정치가는 철인(철학자)들만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며 민주주의 체계에서 국민의 무지에 대한 경고를 강하게 했다. 소크라테스는 여러 무지 중에서도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를 최악이라 여기며 그런 무지가 인간의 탐욕과 군중심리와 결합해 전쟁 같은 나쁜 의사결정으로 연결된다고 여겼다. 고백하건대 이번 대선과정에서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의 생각들이 필자의 뇌리에 자주 들락거렸다. 지지하는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올 때 더욱 그랬다.

경제 진단이 정치색에 따라 차이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다

건강검진을 받으며 내 몸의 어디가 이상이 있는 지 정확하게 점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 나라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치 지도자가 국가 경제의 취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어느 의사가 위장에 이상이 생겨 소화가 잘 안되는 환자에게 간에 문제가 있다며 간 절개수술을 하는 일과 같다.


경제학자인 필자가 이번 대선 과정 중 가장 크게 충격 받은 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같은 경제데이터들을 두고 후보자들 간 진단이 상반되는 경우였다. 위장에 이상이 있는 환자를 두고 의사들이 약을 처방할지, 수술을 해야 할지 등 의견이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검사결과지를 놓고 어느 의사는 위장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어느 의사는 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중 한 명은 돌팔이일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금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반면 국가부채 규모는 최저 수준인 것은 확실한 데이터로 나타나 있다. 5년 전에 비해 GDP는 18%, 외환보유고는 25% 증가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서민과 중소상공인들이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주요한 검진결과표를 살펴본 뒤 우리 경제의 ‘환부’가 어디인지를 제대로 간파하는 일은 정권을 떠나 정치 지도자들의 의무다.


줄을 선 유권자들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지다

사전투표를 했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놀라웠다. 함께 줄을 서서 이들을 지켜보는 꽤 긴 시간 속에서 신기하게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대자연 또는 거대한 금융시장 속에서는 한 인간의 존재나 판단이 얼마나 나약한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강한 자유의지를 가진 이 많은 사람들의 최종 결정이 비록 나의 것과 다르다 할 지라도 나는 이를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는 그런 위압감이 느껴졌다. 마음이 편해졌다.


5년 간 변화를 이끌 지도자가 결정됐다. 필자는 그동안 대선의 향방이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의 재산에도 꽤 큰 영향을 미치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대한민국 경제는 사전투표 현장에서 본 그 국민들의 힘으로 계속 발전하고 개선될 것이라고. 서민경제의 불평등 심화 문제나 국내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문제 등도 언젠가는 국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생각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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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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