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고도 2심 패소하자 항소 취하로 결론
소송 진행중인 부산·경기도 같은 절차 밟을 듯
교육감 3선 출마 앞두고 정치적 부담 해소 목적도
이번 소송과 별도로 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들과의 소송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2심 패소 가능성이 높았던데다 일반고 전환이 예정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지정취소처분된 7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법적 분쟁을 끝내고 항소 취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예정된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따라 그 의미가 축소된 소송을 끝내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더 충실히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사고교장단 연합회는 "항소심 취하와 협의체 구성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동의하며 적극 환영한다"며 "소송중인 서울시 자사고는 교육청과 법적 갈등을 끝내고 더 이상 소송으로 인한 혼란과 행정력 소모를 종식하고 설립 취지에 따라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심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항소 취하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2월3일은 경희고와 한대부고, 2월10일에는 배재고와 세화고가 낸 2심 선고가 예정돼있었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고의 2심 소송에서도 부산시교육청이 패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자사고들이 제기한 지정 취소 무효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후 항소했으나 5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자사고들은 신입생 감소, 재정 악화로 어려움이 크다며 항소 취하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일부 변경된 자사고 평가 기준의 예측 가능성, 중대성, 교육감의 재량권 범위 등에 대해서 법원과 교육청 간의 견해 차이가 있어 이를 소명하고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번 받기 위해 항소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부산 해운대고와 안산 동산고를 비롯해 소송을 제기한 자사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자사고 지정 평가 심사 기준이 바뀌었음에도 평가 직전에 새로운 기준을 통보한 것은 교육청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 공통된 판단이다.
서울에서는 2019년 자사고 평가 기준이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됐고, 감점항목(감사지적 사례)이 확대되고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직무연수시간 등 지표가 강화됐다. 이를 두고 자사고들은 평가 직전에 불리하게 기준이 바뀌었다며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항소 취하 결정에 따라 경기도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승소로 결론이 나오면서 자사고 폐지 정책을 펼쳐왔던 교육부와 진보교육계는 오롯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청, 교육부는 줄소송 사태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며 소송 취하가 면죄부가 아니다. 위법불공정 평가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타 시도교육청들도 억지 항소를 중단하고,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자사고, 외고 2025년 일괄폐지 시행령을 즉각 철회,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는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자사고와 국제고 등 24개교는 자사고 폐지를 명시한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청구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항소 취하 이후 자사고 교장단과 교육청-자사고 협의체를 꾸려 자사고 정책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항소 취하를 계기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추진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새로운 고교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교장단연합회는 "협의체 구성과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구성인원과 시기, 협의의제, 협의사항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으나 국면전환을 위한 제의가 아니라 서울시 자사고의 안정적 학교운영을 위한 협의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의 유화적 제스처가 정치적 술수가 아니기를 바라며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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