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불법 사이트 국제 공조로 잡는다
합동단속 나선 표광종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장 인터뷰
영화·음악·웹툰 불법 유포로 몸살…인터폴과 10월까지 단속
"신고해야 다른 피해 막는다…청소년에 악영향 미치는 웹툰 초점"
도박·음란물 사이트 접속까지 유도 "협업 늘리고 범죄 단호히 대처"
영화 ‘미나리’는 개봉 전 온라인 사이트에서 본편이 불법 유포됐다. 모바일 커뮤니티, 개인용 클라우드, 모바일 메신저 등에서도 확산해 큰 손해를 봤다. 배급사 판씨네마 측은 "증거 수집이 어려울 만큼 불법 파일과 링크가 많았다"고 밝혔다. ‘미나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영화·음악·웹툰 등이 불법 유포로 몸살을 앓는다. 수사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1차 유출을 저지하는 데 머문다. 민사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표광종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장은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뒤 절차는 정부에서 맡는다. 형사의 경우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증거 제출이 번거로울 뿐이다. 유포범을 검거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계속 수사해야 노하우가 생기고 효과적인 대비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저작권 침해 대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내년부터 구축할 빅데이터 기반의 저작권 침해 대응 시스템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침해의 발생·인지·분석·대응을 하나로 통합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수사 범위도 해외로 넓어지고 있다. 문체부 저작권특별사법경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지난 4월 국제 공조수사 업무협약을 맺었다. 오는 10월까지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를 합동 단속한다.
표 과장은 "많은 불법 유포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세계 각국의 저작권 침해에 나선다"며 "인터폴 중심으로 각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관련자를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웹툰·영화·방송 불법 유포 사이트 약 서른 곳. 단속 기간이 지나도 운영진 검거에 주력하고 범죄수익금 환수 등 후속 절차를 밟는다.
-수사 기간을 5개월로 한정했는데….
"합동 수사라서 그렇다. 마감 기간을 둬야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수사에 집중할 수 있다. 마무리되면 부족한 점도 찾을 수 있고."
-불법 유포 사이트 약 서른 곳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
"인터폴이 참여하는 만큼 대규모 사이트 위주로 공략한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가 있어 증거 수집이 어려웠다. 운영자가 다른 나라에 거주하기도 해 복수 사법기관이 나서야 해결된다. 지난해 8월 인터폴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 수월하게 협조를 얻어냈다."
-웹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쳐서다. 웹툰을 공짜로 보여주는 대가로 도박·음란물 사이트 접속까지 유도한다. 경찰청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최종상 사이버수사과장이 철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도박·음란물 사이트 서버도 대부분 해외에 있다던데.
"그렇다. 경찰청 업무 소관이다. 최근 국제공조로 아동 성범죄를 수사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더라. 저작권 침해까지 수사할 수 있어 이번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작권 분야 최초로 인터폴 국제공조 수사를 이끌어낸 것도 경찰청의 적극적인 노력 덕이었다."
-사이트명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표적 공표만으로 수사망에서 벗어날 시간을 준 게 아닐까.
"너무 많아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계도 기간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수사 대상은 사소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창작자의 작품이 도박·음란물 사이트의 미끼로 이용되는 경우다. 그걸 견디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다. 학생들의 2차 피해까지 고려하면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범죄다. 변명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운영되기도 했고."
-해외 수사기관들도 불법 유포 사이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나.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콘텐츠를 많이 생산할수록 공조에 협조적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소비 증가와 함께 저작권 침해도 느는 추세라 불법 사이트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해외 정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사실 대기업 계열들은 대부분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았다. 이를테면 서비스 이용자별로 워터마크(복제 추적기술)를 부착해 누가 언제 영상 불법 유포에 나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한 나라에서 불법 복제물이 유통되는 경우, 특히 불법 사이트의 서버가 다른 나라에 있다면 국제공조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불법 유포 경로가 다각화하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조직적인 범죄와 결이 다르고. 사소한 침해가 쌓여 저작권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 비공개 회원제로 운영하는 사이트의 경우 내부 신고가 있어야만 단속할 수 있다. 개인 간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밴드도 마찬가지다. 불법 파일과 링크를 거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선생님께서 불법 다운로드를 받지 말아달라고 호소하지 않았나. 여기서 착안해 콘텐츠 창작자, 배우, 가수는 물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분들과 침해 예방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저작권법 개정으로 불법 유포 시 민사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돈 있어도 아무나 못 누린다"…진짜 '상위 0.1%'...
-콘텐츠 관계자나 이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우리 콘텐츠 기업의 2019년 매출이 120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침해 모니터링 요원은 360명에 불과하다. 권리자 단체, 콘텐츠 기업, 저작권보호원, 정부 간 협업에 더 많은 노력이 모여야 한다. 조직적인 저작권 범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테고. 일상 속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침해도 악성 종양으로 커져선 안 된다. 창작자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사회적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