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이 원인? …표심 갈라진 이남자·이여자
4·7 서울시장 재보선서 20대 남녀 선택 갈려
20대 남성 10명 중 7명 野 후보 지지…여성 40.9% 그쳐
최근 온라인 공간 중심으로 불거진 '젠더 갈등' 영향
전문가 "20대, 진보·보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없어"
"자신들 이해관계 따라 움직이는 성향"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에서 열린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에 나선 청년 등과 손을 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유권자 표심의 '성별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 10명 중 7명은 야당 후보를 지지한 반면, 여성 유권자는 40%대에 그친 것이다. 최근 청년층을 둘러싸고 불거진 '젠더 갈등'이 20대 남녀의 정치 성향을 갈라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유권자는 20대 청년층이었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가운데 55.3%가 오 시장을 지지한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득표율은 34.1%에 그쳤다.
20대 지지율을 성별 기준으로 보면 판이한 양상이 전개된다. 20대 남성 유권자의 무려 72.5%가 오 시장을 지지한 반면 박 후보는 22.2%에 그쳤고, 20대 여성은 박 후보(44%)의 득표율이 오 시장(40.9%)보다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이 크게 갈라진 셈이다.
일각에선 최근 온라인 공간을 달군 이른바 '젠더 갈등'이 20대 정치성향의 성별 차이를 만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실제 20대 남녀의 정치성향은 문재인 정권 초기인 지난 2017년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갤럽·리얼미터 등 여론조사기관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보면, 2017년 당시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0~90% 사이로 차이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다음해(2018년) 하반기부터 크게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일례로 지난 2018년 12월10일부터 14일까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부정평가는 64.1%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20대 여성의 부정평가는 29.1%에 그쳤고, 오히려 긍정평가가 63.5%를 기록해 전 세대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지난 2019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위 주최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2018년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불법촬영 등에 대한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이른바 '혜화역 시위' 등 여성 인권 담론이 화두가 된 시기였다. 당시 20대가 주축이 된 일부 남초·여초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여성 인권, 페미니즘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문재인 정부도 여성에게 편향된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냐'며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유세 도중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겠다"며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남초 커뮤니티 누리꾼들은 "페미 정부", "여성 우대하면서 군인은 찬밥", "페미 대통령 만들려고 문재인 뽑았냐" 등 비아냥 섞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즉, 여성 인권 담론에 반감을 품게 된 일부 20대 남성들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에서도 이탈, 야당으로 쏠리게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성평등 공약을 발표하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관련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 채널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비추천'을 통해 반감을 드러냈다. / 사진=KBS 방송 캡처, 유튜브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다만 정부·여당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에 변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박 후보와 오 시장의 20대 여성 득표율은 각각 44%와 40.9%로 격차가 매우 좁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20대 여성 유권자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이 25.1%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20대 여성 또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당 소속 고위 공직자의 성비위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피해호소인' 등 성추행 사건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에 대한 20대 여성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대 여성 유권자 군소정당 투표율도 15.1%를 기록해 남성(5.2%)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이 때문에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1만3376표(0.62%)를 얻어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는 20대 남녀가 현 정치권에 분노를 느끼는 지점에 차이가 있으며, 이들 유권자는 기존 진보·보수 개념으로 구분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8일 'YTN'과 인터뷰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박영선 후보가 20대 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득표를 했지만, 그것도 40%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20대 여성 중 15%는 무소속, 군소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 이는 여성들이 젠더 이슈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는 뜻"이라며 "남성들은 공정, 부동산 관련 이슈에서 현 정부에 분노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의 20대는 기존 진보, 보수 같은 이념적 잣대로 분류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집단"이라며 "'탈이념적'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하고, 이 때문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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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앞으로도 (20대는) 이런 식의 투표를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것"이라며 "이 사람들이 미래 세대이고, 앞으로 정치 판세를 상당히 좌우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유념해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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