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초에도 썰렁한 점집골목…"방문객? 작년의 3분의1 밖에"
연말연시면 북적이던 점집들 '썰렁'
이따금 찾는 이들은 답답한 마음 토로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올해는 하는 것마다 잘 풀린다고 하네요."
2일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점집에서 나온 김연정(28ㆍ가명)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예년과 달리 한산한 골목에서 만난 김씨는 지난해 취업이 잘 안 돼 올해 새로운 사업을 계획 중이다. 첫 사업이라 걱정 반 기대 반을 안고 앞으로의 미래를 알기 위해 건대 주변 점집 골목을 찾아왔다. 김씨는 "2020년은 유난히 안 풀리는 한 해였다"며 "응원도 받을 겸 점집을 왔는데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2021년 새해가 찾아왔지만 건대입구역 앞 점집 거리는 대체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김씨처럼 작은 위안이나마 얻으려 찾아온 사람들이 더러 있었으나 예년에 비하면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씨가 점집을 떠난 뒤로 다음 손님이 오기까지는 한 시간 가량이나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동인구 자체가 줄면서 생긴 결과다. 점집을 운영하는 역술인들은 줄어든 손님 때문에 경영난을 호소했다.
이날 방문한 건대입구 앞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유흥가인 만큼 다른 곳보단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주변 사업자들에 따르면 이마저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점집 거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파는 김민지(36ㆍ가명)씨는 "지난해 새해에 비해 길거리에 다니는 인원의 수가 3분의1로 줄었다"며 "점을 보겠다고 줄을 선 젊은 세대들이 거리를 메웠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람 팍 줄은 건대입구역 앞 점집 거리… "점집 방역 우려돼"= 실제로 유동인구에 비해 점집 안은 사람이 없었다. 이날 오후6시 기준 총 39개의 점집 중 6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열었지만 손님을 받은 데는 10여곳에 불과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점집은 한 곳뿐이었다. 손님을 받지 못한 점집은 스마트폰만 보고 있거나 애꿎은 난로의 위치만 옮기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궁합을 보러 온 강진현(28ㆍ가명)씨는 "원래 이 곳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가볍게 사주나 타로 점을 보러 오는 곳"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줄어 지금은 점집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점집 특성상 공간이 좁아 역술인과 손님은 가깝게 붙어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가림막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마스크를 고치다가 입과 코를 드러내는 역술인과 손님도 있었다. 황정희(27ㆍ가명)씨는 "원래 점보는 걸 좋아해 매해 찾아갔지만 지금은 확진자가 1000명씩 나오지 않냐"며 "방역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집은 올해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찾아오는 사람 줄었다지만… 답답한 심정 토로하러 오는 사람 있어 = 이에 역술인들은 가게를 운영하는 게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건대입구역 앞 거리에서 점집을 운영 중인 양도현(60ㆍ가명)씨는 "원래 역술인들은 연초와 연말에 대부분의 수익을 벌어들이는데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70% 정도 줄었다"며 "확진자가 1000명대로 늘고 나서는 아예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술인을 만나러 왔다. 한 점집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홍지민(25ㆍ가명)씨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되고 한 달째 일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에 신년 운세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양씨는 "코로나19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호소한다"며 "만에 하나 나쁜 사주가 나오더라도 좋게 풀어서 설명해주려 한다.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주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