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미ㆍ중 무역갈등 격화로 중국 기업의 진출이 사실상 막힌 미국 배터리 시장을 두고 한국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K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업계 1위인 중국 CATL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미국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기지 확대와 함께 미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 내 영토 확장하는 K배터리
2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미국내 총 55기가와트시(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전기차 약 9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량이다.
LG화학은 2023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GM과 합작으로 연산 30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3년 준공한 미시간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GM 전기차 배터리 물량은 로즈타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연산 5GWh인 미시간 공장에선 볼보, 크라이슬러 등 다른 고객사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다. GM과의 합작으로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LG화학은 완성차 공장이 밀집해 있는 미국 남부 선벨트 지역 켄터키주 혹은 테네시주 등에 공장 건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1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완공하고 이를 폭스바겐 미국 공장 공급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서 2022년까지 같은 규모의 조지아주 2공장을 완공하고 이는 미국 포드 전기차 배터리 공급라인으로 쓸 예정이다.
불꽃튀는 LGㆍSK 배터리 전쟁‥美 'GM vs 포드' 경쟁으로 확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자동차 점유율 1ㆍ2위를 다투는 GM과 포드를 고객으로 확보, 이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경쟁에도 불을 지폈다. 2023년부터 생산되는 GM의 20개 전기차 라인에는 모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가 들어간다.
LG화학이 GM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간다면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손을 잡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약 40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키는 포드 '에프(F)' 시리즈의 전기트럭 배터리 물량을 생산하고, LG화학이 GM의 '허머(Hummer)' 시리즈 전기트럭을 맡게 되면서 두 기업 간 배터리 기술 경쟁이 광활한 미 대륙에서 정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ATL 없는 미국서 K배터리 '날개'‥난관은 배터리 소송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중국 CATL과 BYD, 한국의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일본의 파나소닉 정도다. 이중에서 중국 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황임에도 불구, 미국 정부의 견제로 수년내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오로지 테슬라 전기차 공급을 위한 원동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완성차 기업에 공급하긴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미국 내수 시장에 빠르게 뛰어든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열매를 맺을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돈이 남아돌아도 투자를 못하는 지역이 바로 미국이다"며 "사실상 차이나 프리(China Free) 구역인 미국 만큼은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국제위원회(ITC)에서 진행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변수다. 만약 이 소송에서 SK가 최종 패소하면 이 회사의 배터리 부품 소재에 대한 미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도 가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ITC 판결이 나오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일자리와 미국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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