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10년간이 대기업 전성기
현재 대기업 계열 시총 10위권 7곳
네이버·카카오·셀트리온 급성장
바이오·소프트웨어 산업 비중 확대
대기업은 투자 통해 산업변화 대응
197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 경제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자동차가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에 차례차례 점령당했다. 닛산은 1960년대 소형 픽업트럭으로, 혼다는 시빅을 앞세워 미국의 소형차 시장을 점령했다. 그 결과 1980년에 일본이 미국보다 2배나 많은 11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됐고 그 중 상당수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1960년에 일본의 자동차 생산이 50만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20년 사이 생산량이 20배 늘어난 것이다. 1950년에 세계 자동차시장의 80%를 지배했던 미국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철강도 자동차만큼 내림세가 빨랐다. 2차 대전 직후 세계 철강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던 미국 철강회사의 점유율이 1970년대 후반에 20%대로 떨어졌다.
대기업들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일본의 진출을 막으려는 동안 미국 경제 내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기업이 점령하고 있던 대규모 장치 산업을 피해 중소기업이 소프트형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중소기업 부활의 첫 번째 효과는 고용으로 나왔다. 대기업의 고용 감소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졌는데, 1974년 이후 10년간 포춘 500대 기업의 고용이 150만명 감소하는 동안 중소기업의 순고용은 증가했다. 미국 경제 전체로도 20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일본보다 3배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전체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10%나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1980년대 들면서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가 더욱 빨라져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60%가 독립 중소기업 덕분일 정도였다. 이렇게 성장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매력적인 인수대상이 됐다. 1980년에 있었던 50만달러 이상의 합병 중 95%가 중소기업과 관련된 것이었고 이 때 만들어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중소기업이 지금 미국 경제를 끌고 가고 있다.
'재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전성기는 2005년이후 10년간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해당 기간에 대기업의 수익성이 대단히 좋았다. 중국 특수 때문인데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자본재 수요가 급증하자 혜택의 상당 부분을 우리 대기업이 받았다. 지리적 위치 뿐 아니라 가격대비 효능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주가도 올라 포스코 주가가 76만원을 기록했고 화학, 조선 등 대규모 장치 기업 역시 2005년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전성기를 지나면서 발생했다. 우선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수익성이 나빠 상당수 대기업이 10년 전에도 못 미치는 이익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10대 그룹 전체로는 현재 이익이 10년 전보다 월등히 많지만 이는 여러 기업에서 이익이 줄어드는 것보다 몇 십 배 많은 이익을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0,500 전일대비 25,500 등락률 -8.61% 거래량 37,931,525 전일가 29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가 내고 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일 뿐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이익이 줄어들다 보니 대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대기업 계열사 중 시가총액 10위 내에 있는 곳이 일곱 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close 증권정보 207940 KOSPI 현재가 1,419,000 전일대비 30,000 등락률 -2.07% 거래량 82,235 전일가 1,449,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기자수첩]'현대판 러다이트' 멈춰선 공장의 의미 가 삼성 계열사이긴 하지만 기존의 중후장대형 기업과 다른 형태여서 이를 따로 분류하면 숫자가 6개로 줄어든다. 나머지 3개 회사는 네이버( NAVER NAVER close 증권정보 035420 KOSPI 현재가 203,500 전일대비 9,500 등락률 -4.46% 거래량 997,805 전일가 213,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네이버에서 각종 멤버십 할인 쿠폰 다운…고객 관리 서비스 연동 확대 獨 DH, 8조원에 배달의민족 매각 추진 웹툰 엔터, 1분기 영업손실 117억원…日시장 회복·플랫폼 고도화 목표(종합) ), 셀트리온 셀트리온 close 증권정보 068270 KOSPI 현재가 188,800 전일대비 6,300 등락률 -3.23% 거래량 769,091 전일가 195,1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셀트리온 유럽 램시마 합산 점유율 70%…신·구 제품군 성장세 지속 셀트리온,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 2년 연속 편입 셀트리온,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 인수…"약국 영업망 확보" , 카카오 카카오 close 증권정보 035720 KOSPI 현재가 44,000 전일대비 1,950 등락률 -4.24% 거래량 2,235,112 전일가 45,95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카카오, 두나무 투자로 500배 수익률…"AI 신사업 투자" 카카오, 162억원 규모 AXZ 유증 참여..."매각 과정 운영 자금 지원" 추가 조정 나온다면 그 때가 기회? 바구니에 싸게 담아둘 종목 찾았다면 로 10년 전에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상장돼 있었어도 존재가 미미했던 회사들이다. 현대차 현대차 close 증권정보 005380 KOSPI 현재가 700,000 전일대비 12,000 등락률 -1.69% 거래량 4,332,789 전일가 712,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더 뉴 그랜저' 출시 첫날 1만대 계약 "역대 2위 기록" 가 11위에 올라와 있지만 게임회사 NC NC close 증권정보 036570 KOSPI 현재가 271,500 전일대비 7,500 등락률 -2.69% 거래량 122,135 전일가 279,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변동성 속 깊어지는 고민...저가매수 나서도 될까? 총 상금 30억원 '전 국민 AI 경진대회' 개막 한 달 만에 7만명 몰렸다 리니지로 1Q 반등한 엔씨, 신작 기대감↑[클릭 e종목] 와 시총 차이가 1조5000억원 밖에 안 돼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수 있다. 재계 순위 10위 이후 변화는 정도가 더 심하다. 금호가 재벌로서 지위를 상실했고, 두산도 계열사 매각이 불가피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한진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 불황과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재벌기업들이 집단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대기업 위상이 더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사업 환경이 대기업들이 커왔던 때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대기업들은 대규모 설비를 통해 물건을 만든 후 이를 해외에 내다 팔면서 성장해왔다. 지금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세상의 주도권은 창의성이 중심이 된 소프트 산업으로 넘어왔다. 나스닥 시장에서 FAANG(페이스북ㆍ애플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기업이 약진하는 것이나 코스피 시총에서 바이오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중이 25%를 넘은 것 모두 이런 변화의 결과다. 이런 변화에 대기업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 기업은 처음 탄생해 커왔던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업의 토대뿐 아니라 내부에 있는 사람의 생각까지 커왔던 환경에 맞게 짜여지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앞으로 우리 대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기업은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2001년 30조원에 불과하던 상장사 영업이익이 20년만에 200조원이 됐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대기업의 몫이었다. 지금도 10년 전처럼 이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을 뿐 과거 수준의 이익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 돈으로 삼성펀드, SK펀드를 만들어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 회사 중 상당수가 사라지겠지만 일부는 네이버처럼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기업은 성공한 기업을 통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이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사업에 이용하거나 자본 인수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해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사업을 수행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그 역할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 왔는데 산업을 보는 눈이나 투자 자금 처리, 기술에 대한 판단에서 정부가 기업을 따라 올 수 없다. '돈 되는 모든 걸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우리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 GE캐피탈이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추구하고 있는 모델도 자본과 중소기업이 연결된 그림 중 하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