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韓日관계, 한일 전문가 "파국 면하기 위한 지혜 모아야…韓 정부 조정자 역할 필요"
日 전문가 "문희상 안 등 입법부 노력 만으론 부족…경제전쟁 벌어질 수도"
韓 전문가 "외교관계 봉합 후 사과 단계적으로 사과 받아내야" 강조
[도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냉랭한 한일관계는 23~24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에 나서기 직전인 20일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1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24일 약 45분 동안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양국 정상이 15개월만에 만났지만 기대했던 진전은 없었던 셈이다 .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이 만난 한일 전문가들도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우려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특히 역사 갈등이 경제 전쟁으로 확산돼 양국에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기자단이 1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만난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학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시작되면 구체적으로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것이고, 이에 일본이 대항 조치를 할 것"이라며 "기존 수출규제가 위협수단이었다면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 한국 경제에도 가시적 피해가 있도록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만일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고 서로 보복하면서 경제전쟁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서로에게 엄청난 상차를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파국을 면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미야 교수는 대법 판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너무 좁게 보고 있다"면서 "1965년 청구권 협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모든 채권 채무 관계고 피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청구권도 채권채무관계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되 지불주체가 반드시 일본 기업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재단 등이 유연하게 만들수 있고 나아가 한국 기업이나 일본 기업의 출자가 있어도 된다"면서 "이 방법이 판결과 협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한일 문제의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기미야 교수는 "입법부(문희상 국회의원 안)가 나서는데 행정부는 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 지 안타깝다"면서 "입법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기자단이 19일 만난 이종원 와세다대학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 국가 모두 역사 원리주의에 기초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 손실이 있더라도 나름의 역사 바로잡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단순히 강제징용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골이 깊은 가운데 그간 그것을 관리하며 왔는데 한국은 점점 민주화되고 일본은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보수화와 수정주의가 생기면서 구조적으로 골이 더 깊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일본이 단행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역사문제와 경제, 안보 등 문제를 따로 떼 균형을 맞춰왔던 과거의 흐름과 다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우월한 일본의 경제력을 공개적으로 사용한 첫 사례"라며 "이에 일본 재계에서는 정치인들이 한일 경제 현실을 너무 모른 채 정치적 논리로 나가고 있다는 불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와 역사문제를 엮은 것도 새롭지만 경제 부문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합하는 부분이 나타나면서 첨단기술에 대한 일종의 견제처럼 보인다"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경제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법원의 판결대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 한다고 해도 일본 기업이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 한 사죄를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배상을 받아내면서 외교관계를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에 낙관적이지 않다면서도 "외교관계가 봉합되고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 버전 2'를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게 플러스(+)가 될 것"이라며 "문희상 안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진행하고 단계적으로 일본과 외교관계를 회복해 사과를 받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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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같은 날 인터뷰에 응한 사와다 가츠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도 자민당과 정부 관료들의 최대 관심사는 강제징용 문제라면서 "문희상 안을 괜찮게 생각하는 비율이 60% 안팎인 것 같다"며 "현금화를 한다고 해도 일본이 판결을 받아들일 태세도 없고 일본 기업 사죄를 받은 것도 아니어서 사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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