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 여파…미국인, 연료비 67조원 더 썼다
호르무즈 봉쇄에 美 휘발유값 50% 급등
저소득층 주유량 감소·물가 부담 심화
고유가 직격에 전 세계 석탄 발전 귀환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인들이 휘발유·디젤 구입에 작년보다 450억달러(약 67조 5000억원)를 더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에너지 가격 정보업체 OPIS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 가계의 연료비 누적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0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합동 공습을 개시했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면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길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면서 국제 유가는 개전 초기 브렌트유 기준 10% 넘게 치솟았으며,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전쟁 직전 갤런당 3달러를 밑돌던 수준에서 개전 이후 50% 넘게 올라 갤런당 평균 4.5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은 "휘발유 가격이 올해 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인들이 작년보다 1720억달러(약 258조원)를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료비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지수가 17.9% 급등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소에 따르면 중산층 및 고소득층의 항공·숙박·관광 부문 지출은 전년 대비 늘었으나, 저소득층 가구의 관련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에서도 연 소득 12만 5000달러 미만 가구의 평균 주유량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충격은 세계 에너지 지형도 흔들고 있다. WSJ에 따르면 대만은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했고, 한국도 지난달 석탄 발전량을 3분의 1 이상 늘렸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장기적인 에너지 충격에 대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비상대기 상태로 전환했으며, 주요 공급지인 호주 뉴캐슬 항구의 석탄 현물 가격은 개전 이후 12% 올랐다.
이에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발전을 줄여온 흐름이 고유가 여파로 역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 연소는 천연가스보다 약 두 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기후 목표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크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닉스, 공부 못한 애가 갔는데"…현대차 직...
다만 시장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위기"로 규정하며 "시장 회복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