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복권 판매 비중 '로또' 가장 많아
빚 청산·안락한 삶 꿈꾸며 로또 구매
로또 통해 비극으로 끝난 인생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당첨되면 당장 집부터 사야죠. 애들 맛있는 거 사주고"
15일 서울 강북구 한 로또 복권 판매소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로또 1등 당첨되면 뭐부터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쪽에서는 한 남성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로또 번호를 기입하고 있었다. 그는 "이게 꼭 당첨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 아니냐"며 웃어보였다. 이 남성 주변 커플은 수동과 자동을 번갈아 가며 로또를 구입하고 있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00분의 1로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그럼에도 여러 복권 중 로또의 인기는 지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상품별 판매 비중을 보면 로또 판매액이 2조1304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로또 판매액을 인구수(5170만9000명)로 나누면 올해 상반기 1인당 로또 구입액은 4만1199원이다. 로또 1게임당 1000원, 1장당 5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로또 8장 정도 구매한 셈이다.
로또가 꾸준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당첨금 때문이다. 로또 당첨금의 경우 당첨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882회 1등은 총 5명으로 각 4,127,270,400원이라는 초고액 당첨금이 나왔다.
로또를 사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빚 청산과 편안한 삶을 이유로 꼽았다. 한 로또 판매소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빚이 너무 많다면서 로또에 당첨만 되면 빚을 모두 청산하고, 좀 편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부자로 살고 싶다"면서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생을 맨날 이렇게 어렵게 사는 것은 좀 아니냐 않냐"며 반문했다.
그러나 정작 로또 당첨을 통해 안락한 삶보다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11일 오후 4시께 전북 전주시 태평동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 B씨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비극의 시작은 로또 당첨으로부터 비롯됐다. A씨는 지난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총 12억원 가량을 수령한 A씨는 가족들에게 4억~5억원 정도를 나눠줬다.
또 누이와 남동생 2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원을 전했다. 숨진 B씨는 A씨가 준 돈을 보태 집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
그러나 A 씨는 당첨 이후 상당액수를 친구들에게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또 1등에 당첨됐음에도 전셋집에서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대출금 이자 문제로 동생과 다투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비극도 있다. 2003년에 무려 242억 원에 당첨된 40대 남성 C 씨는 식구, 지인들을 돕거나 그들이 권유하는 부동산, 주식 투자했다가 실패해서 전 재산을 탕진했다.
또 당첨 후 결혼했지만, 이혼도 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아파트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서 무모한 주식 투자에 나섰지만, 이것마저 실패해서 오히려 빚만 1억 3,000만 원이 남았다.
종합하면 로또를 통해 인생 희로애락이 엎치락 뒤치락 된 셈이다. 그럼에도 많은 서민들은 로또를 통해 빚 청산 등 편안한 인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40대 직장인 D 씨는 "지금 전세에 살고 있고, 각종 빚도 많은 편이다"라면서 "로또가 당첨되면 일단 대출 등 빚을 모두 상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2조358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판매액을 기록한 지난해 판매액(3조9658억원)을 감안하면 올해 판매액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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