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앞 칸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건너온다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무릎 위에
전단지 하나 놓고 간다
전단지가 떨어질까 봐
숨소리도 죽인다
손만 슬쩍 스쳐도
발라당,
죽은 체
나동그라지는
노린재 한 마리
구걸하는 사람이 지나가자
툭툭 털고 다시 살아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하철을 내린다
■ 뜨끔하다. 어디 지하철에서만 그랬겠는가. 영등포역전에서도 두 눈을 질끈 감은 적이 있었고 어느 재래시장에선가는 잰걸음을 옮기다가 자빠질 뻔한 적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속 편하게 당당하게 적선을 하고 어깨를 쫙 펴고 보란 듯이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천 원이 그렇게도 아까웠던 말인가. 아…… 그런데, 그런데,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단돈 천 원으로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양심을 구걸하고 있는 건 아닐까. 노린재만도 못한 놈, 나는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채상우 시인
꼭 봐야할 주요뉴스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갈비탕 주다니"…하객 불만...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