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사실상 부부의 관계에 있으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법률상의 부부로 인정할 수 없는 상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사실혼(事實婚)'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법적으로는 서로 자유롭지만, 연인보다는 부부에 가까운 정서적 교류를 하면서 동거하고있는 관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경제적 사정 등이 허락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결정한 차선으로도, 떳떳하기가 어려운 내연관계로도 보인다. 이 관계를 법적 부부와 동일하게 여길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사회적으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시가 28일 1조원 수준의 연간 예산을 집행해 신혼부부에 주택 공급을 지원키로 하면서, 그 대상에 '사실혼 부부'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포용을 강조해 왔던 박 시장의 그간 행보와 결을 같이 하는 결정이다.
정책의 핵심은 디테일이다. 그렇다면 법률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이 사실혼의 관계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시는 개인의 의사와 주변인들의 증언을 듣는 동시에 함께 거주한다는 증빙자료를 통해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입장이다. 조례 개정, 대출기관(은행ㆍ주택금융공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 세부안은 앞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촘촘한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 나온 대책은 실시간으로 '위장 사실혼'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포괄적인 복지를 확대하고 개인적 상황의 특수성을 인정해주는 방향은 바람직 할 수 있으나, 눈 먼 돈이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증언'은 사전에 충분히 입을 맞출 수 있고,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인터넷으로도 아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사전의 걱정을 괜한 시비나 억지로만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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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시는 인당 최대 240만원 수준의 이자가 지원되는 정도인데, 이를 위해 제도를 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신청자 수나 그에 따른 지원 비용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막연하게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신혼부부에 사실혼 부부를 포함시키기로 한 데에는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뒷 얘기도 들린다. 결과적으로는 적은 예산으로 '포용'의 이미지를 챙겨보겠다는 노림수가 없었다고 말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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