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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백마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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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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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白馬)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는 사진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백마를 활용했기에 곧 북미관계에 어떤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단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 그의 할아버지대부터 3대에 걸쳐 백마를 정치적 이미지로 줄곧 활용해왔고, 그만큼 좋아했다. 말도 여러 색깔이 있는데 왜 하필 백마만 고집할까?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웅호걸이란 사람들은 자신의 애마에 정치적 이미지를 투영해왔다. 알렉산더 대왕의 부케팔로스(Bucephalus), 삼국지의 여포가 탔다는 적토마(赤兎馬) 등이 대표적이다. 하루에 천리를 간다느니, 사람도 잡아먹는다느니 과장된 표현이 들어가면서 그런 무서운 야생마를 한손에 휘어잡고 몰 수 있는 권력자의 권능을 부각해주는 매개체로 활용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장에서 직접 뛰었던 영웅호걸들과 달리 왕좌에 앉아 통치에만 전념했던 왕들이 가장 선호했던 말은 눈처럼 하얀 백마였다. 백마는 사실 자연상태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정교하게 준마들을 선별, 오랜시간 교배를 통해 생산된다. 더구나 눈부시게 흰 털이 나오려면 최소 10살이 넘어야한다. 수많은 승마 전문가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육성, 훈련시켜야만 백마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 말에 비해 성격이 매우 유순하고 차분하며, 말을 탈줄 모르는 사람도 잘 몰 수 있다.


아무리 영웅호걸처럼 보이고 싶어도 실제론 말을 잘 못 타는 사람들이 백마를 탔던 것. 나폴레옹의 애마로 알려진 백마, '마렝고(Marengo)' 역시 실제론 다른 말에 비해 키도 작고 나이도 꽤 많아 차분한 성격의 타기 쉬운 말이었다고 한다. 궁정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려준 그림 속의 말처럼 크고 역동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림 속 마렝고는 사실 나폴레옹의 까다로운 주문에 맞춰 만들어진 이미지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백마는 자신의 노쇠함과 권력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도구처럼 쓰여온 셈이다. 이 불안감을 과시로 포장한 북한의 지도자가 앞으로 자신의 나라와 한반도 정세를 어떤 방향으로 몰고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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