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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남자도 처벌” vs “여성들 피임 잘해야”…낙태죄 처벌 남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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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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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낙태죄 처벌 대상을 둘러싼 남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여성이 낙태를 했을 경우 여성과 의사만 처벌하고 있는데, 여성들은 남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이 피임을 잘하면 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형법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제269조)에 처하고,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제270조)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들은 해당 법 내용에서 ‘부녀’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2018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여성 1만 명 대상)’에서 낙태죄의 근거법인 형법 개정에 찬성한 7535명(75.4%) 중 가장 많은 66.2%는 ‘인공 임신중절 때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를 이유로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은 낙태죄에서 여성만 처벌하는 것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항상 피해자는 여성이다”라며 “출산을 하면 미혼모가 되는데 사회적인 시선과 국가 제도는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전자검사를 해서라도 법적으로 양육비를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지 남성에 대한 불이익과 무책임은 묵인하면서 낙태를 하려는 여성만 처벌받아야 하는 거는 불공평하며 억울한 것 같다…. 제발 법을 강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성이 피임하지 않아 낙태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피임을 철저하게 하셨어야죠. 결국 아기를 잉태하는 건 여성의 몸인데….”라며 낙태 책임을 여성에게 돌렸다.


이런 가운데 법 자체가 시대상을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낙태죄 처벌을 다루고 있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1973년, 형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이다. 당시 사회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있어, 낙태를 여성의 문제로만 보는 인식이 법 조항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2017년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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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남성에게도 낙태죄를 적용해 처벌을 할 수 있기는 하다. 형법 제31조 1항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권유하거나 강요한 남성도 혐의가 입증된다면 여성과 동일하게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남성이 처벌이 두려워 무책임하게 도망가거나 고발되지 않는다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남성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낙태죄 처벌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이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 여성들의 모임인 ‘비 웨이브’(BWAVE)는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낙태죄는 세포에게 생명이라는 가짜 당위를 부여함으로써 여성의 신체에 대한 남성의 개입과 통제를 허용했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해방을 위해 거쳐야 할 필연적인 경로”라고 외쳤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 중이고, 오는 4월11일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년 전인 2012년 헌재는 낙태 처벌 조항들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재판관 4(위헌) 대 4(합헌) 의견이었다.


당시 위헌의견 재판관들은 “임신 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처를 함에 있어 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낙태를 금지한 나라는 6~11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나라에선 경제·사회적 사유, 본인 요청 등에도 인공임신중절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허용한 모체 생명 보호, 모체의 신체적 건강, 모체의 정신적 건강, 강간 또는 근친상간, 태아의 장애 등 5개 기준은 물론 더 넓은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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