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의 디스코피아 39] 10cc - The Original Soundtrack (1975)
종잡을 수 없는 즐거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The Original Soundtrack)>의 음반 재킷을 처음 보면 서부영화 OST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제목까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니 당연한 추론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제목에 앨범의 의도가 담겼다. 10cc는 ‘이 앨범이 영화의 OST라면’이라는 콘셉트로 작업했다. 1970년대에 데이비드 보위나 핑크 플로이드의 경우처럼 탁월한 콘셉트 앨범이 자주 발매된 시기인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그 중에 하나다.
10cc는 다재다능함과 다양한 취향을 지닌 멤버들이 모인 밴드였다. 대중적인 작곡을 주로 하던 케빈 굴드먼(Kevin Gouldman)이나 에릭 스튜어트(Eric Stewart), 그리고 예술성을 강조한 케빈 고들리(Kevin Godley)나 롤 크림(Lol Creme)이 만드는 노래들은 한 앨범 혹은 같은 곡 안에서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이 다양성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컨셉과 적확히 매치된다. 한 편의 영화에는 원래 여러 장르의 음악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를 감안하고 들어도, 이 앨범은 여러 밴드가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변폭이 넓다. 앨범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은 잔잔한 발라드 '아임 낫 인 러브(I'm Not in Love)'다. 무그 신디사이저의 짙은 안개 같은 음색 속에서 거의 같은 멜로디가 늘어지게 반복됨에도 영영 계속되었으면 싶을 만큼 포근하다. 다른 히트곡인 ‘라이프 이즈 어 미네스트로네(Life Is A Minestrone)’는 장난스러운 기타, ‘블랙 메일(Black Mail)’의 펑키한 리듬, ‘더 세컨드 시팅 포 더 라스트 서퍼(The Second Sitting For The Last Supper)’의 질주는 모두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수렴하지만 각자 개성이 강하고 판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수록곡들 사이의 차이뿐 아니라 각각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윈느 위 아 파리(Une Nuit a Paris)’는 오페레타(operetta)로, 세 파트가 각각 기승전결을 갖고 파리에서의 하룻밤 이야기를 노래한다.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의 영향도 느껴지지만 훨씬 가볍고 즐겁다. 하프로 시작하는 ‘플라잉 정크(Flying Junk)’는 아무렇지도 않게 기타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하프로 끝난다. 마지막 곡은 지금까지 소개한 수록곡들과 전혀 비슷하지 않다. 이 앨범이 가상의 영화음악이라서 그런지, ‘더 필름 오브 마이 러브(The Film Of My Love)’는 할머니집의 낡은 TV로 보는 ‘주말의 명화’에서 들어본 것 같은 따듯한 노래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종잡을 수 없지만 즐겁다. 이 변화무쌍함은 중심을 찾기 어렵고 앨범의 응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가상영화음악이라는 콘셉트 안에서 이는 변덕이 아닌 다양함으로 기능하며 앨범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 앨범의 다양성은 펑크와 디스코 등 여러 장르로 외연을 넓혀가던 1970년대 팝 음악의 경향을 반영한다. 어떤 취향을 가진 청자라도 마음에 드는 곡을 적어도 한 곡은 건져갈 만하다. 앨범의 유일한 오류는 서부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재킷사진이다. 권총 결투 장면에 어울릴만한 노래는 한 곡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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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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