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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官崩]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 5非 못깨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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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 부패, 무책임, 낙하산, 상전노릇 등 5非
법·제도만 바꾼다고 변화안돼…뿌리 바꿔야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현길 기자]박근혜정부는 역대정권에서 실패했던 관료개혁을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의 전철을 답습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관료개혁의 성공조건에 대해 과거의 관(官) 주도가 돼서는 절대 안 되며 민(民) 주도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갈수록 저항도 거세지는 점을 감안해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하드웨어의 정비와 함께 개혁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시키고 윤리의식과 공직자의식을 심는 소프트웨어 개조 등 투트랙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주문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제 2, 제 3의 국가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한국 사회가 한 차원 더 성숙해질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관료개혁 성공하려면= 역대 정권의 실패 사례에서 공무원 개혁을 성공하기 위한 절대 조건을 도출하면 몇가지로 추려진다. 민간전문가의 주도하에 중장기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법ㆍ제도적 장치와 의식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역대 정권들이 공무원의 강력한 권력을 뚫지 못했다"며 "개혁 대상이 공무원인데 대통령 주변이 다 공무원이고 그러다보니 관료 개혁을 관료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법ㆍ제도적 장치로는 행정고시 폐지와 직무ㆍ직위별 개방 선발(국가공무원법 개정), 순환보직제 철폐, 산하기관 취업 제한(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제시했다. 공직생활 입성에서부터 퇴직 이후까지 총체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그동안 관료개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꾸준히 추진하지 못해서다"면서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력과 지속성이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정권 초반 개혁을 외치다가 결국 유야무야 됐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관료개혁은 이론적으론 단 한번도 성공했다고 보는 정부가 없다"며 "단시간내 이뤄지는 것도 단일 처방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도 안 된다.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행시폐지 필요"…반대론도= 오 회장은 "공무원 개혁은 먼저 구시대적인 방법인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직무별로 전문가를 선발하는 체계를 만들어 개방적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행시가 폐쇄적인 문화와 기수문화, 서열문화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라며 "조직이 폐쇄적이다 보니 출신지역과 학교 등을 따지고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자기들만의 리그전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시를 대신할 채용 방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더라도 해당 전문가 집단의 '이너서클'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도 문제다. 또 부패와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순환보직제를 폐지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방지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에서 공채시험을 보고 채용하듯 능력 검증과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행시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성장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아서 체계적으로 업무를 가르치고 공직 의무를 배양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보직ㆍ전속고발권 등 개선해야= 순환보직시스템에 대해서도 찬반이 존재한다. 전문성을 키울 수 없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부패와 결탁을 막기 위해 순환보직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은 "전문성을 살리고 종합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 유착이나 결탁 등 부정부패 없이 윤리적인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두 가지 문제를 자꾸 지적하고 거기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처방이 중요하다. 순환보직 시스템 중 일부를 통제해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알렸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관료들의 재량권을 강화시키면 부패가 증가한다는 공식이 있다"면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는데 이는 업체들과의 유착을 부추기는 권한이라는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해운업체와의 유착을 장려하는 해수부의 전속고발권도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관료제는 전통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당분야(재난직)의 특수성도 있지만, 공직사회의 순환 인사구조로 인해 전문가를 더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윤리의식 심어줘야= 제도 혁신과 함께 공직자 윤리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무력화되는 여지가 있는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갈 수 없게끔 해야 한다"며 "공적 권한 행사와 집행을 더욱 투명하게 기록, 공개하는 등 공직자 윤리규정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직자 윤리법 등 법률이나 규정 개정 외에도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산하기관에 재취업을 하거나 인허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규제권한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 결국 공무원 윤리문제에 귀착한다는 지적에서다.

김 교수는 "공무원 사회의 규범 의식이 낮기 때문에 공무원의 개인적 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앞서는 것"이라며 "관료의 의식이나 규범 타파 없이 제도적 틀과 법률 제정만으로 관료 구조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도 "솔직히 정부에서 관료개혁을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한다"면서 "어떤 집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봐주고, 어떤 집단은 이번 기회에 손본다, 이런 분위기로 관료개혁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료들의 반발을 이겨내려면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지지가 필수적"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여러 형태의 비리, 부패 등을 떨쳐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개혁 필요하지만…관료들도 할말 있다

전문가 5非 지적에…"공직자 모두 폄훼 해서야" 우려
"공직 경험 없는 외부 전문가가 근본 바꿀수있나" 반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안타깝고 무능한 모습에 화도 난다. 하지만 관료사회 개혁하겠다는 방법들이 대부분 현실적이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사회와 전면전을 선언한 이후 만난 한 정부부처 A국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낙하산', '관피아'라고 지적하는데 일부에서 잘못한 점도 있겠지만 대부분 소임을 다하고 있는 공직자 모두를 폄훼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행시제도를 없애고 순환보직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 모두 공정한 채용과 업무추진에 필수적인 것 아니냐"며 "해결방안이 너무 엇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관피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청을 높이는 데 대해 현직 관료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부 민간전문가들이 개혁방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 경험이 없는 행정전문가가 공직사회 내부를 파헤쳐 근본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B과장은 "최근 관료사회로 모든 화살이 향하고 있지만 공익을 위해 맡은 일에 열중하는 공무원들도 많다"며 "비리를 저질렀거나 부패가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 엄벌에 처하는 사법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냐"고 전했다.
 
산하기관 낙하산 문제와 관련, 대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C국장은 "해당 업무에 경험이 있는 공무원이 전문성 측면에서 가장 앞서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정치권 인사나 외부 인사도 많이 산하기관장에 임명됐지만 업무보다 개인적인 이익에 집중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D차관은 "과거에 비해 공직 윤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단번에 무엇을 고친다기보다 조직내 문화를 고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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