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미국인들만의 슬랭과 조크가 있다.
남다른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90세까지 장수했다. 여든이 넘은 처칠이 점심 모임에 가서 맥주를 마시다 취기가 조금 올랐을 무렵 한 중년 여인이 그의 바지 지퍼가 열린 것을 보고 "지퍼가 열렸군요"라고 말했다. 처칠은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걱정 마세요. 죽은 새는 결코 새장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연속으로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는 바람에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동반자가 "Misfortunes never come single"이라고 조언한다. 우리말로 말하면 "불행한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는 뜻이다. 얼른 이해하지 못하고 그 뜻을 생각하다 연속으로 OB가 나고 말았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은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골프는 끝날 때까지는 승부를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Golf game is not over until it is over"이라고 표현한다. 필자가 티잉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를 취하자 미국인 친구가 "Grip it and rip(kill) it!"이라고 격려를 해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게 한번 날려봐"라는 의미다. grip과 rip의 리듬이 잘 맞아 미국 골퍼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 골프장에서 미국 친구들끼리 하는 대화도 재미있다. "오늘 골프는 이걸로 끝내자(Let's call it a game)." 그러자 옆 친구가 "9홀 더돌면 안 될까((Not even half a loop?)"라고 했다. '루프'가 9홀이다. 올가미 모양을 뜻하는데 세인트앤드루스의 초창기 레이아웃이 바로 이 모양이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11번, 12번, 13번홀은 '아멘코너', 데이비드 오웬은 '워터루프(물의 올가미)'라고 명명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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