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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영어산책] 대영제국의 '골프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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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골프장에는 클럽하우스 입구에 드레스코드를 확인하는 안내 간판이 있다.

신사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영국골프장에는 클럽하우스 입구에 드레스코드를 확인하는 안내 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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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the British Empire on which the sun never sets)의 자존심이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지만 골프에서만큼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골프의 발상지이고, 디오픈(The Open)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인들이 전영오픈 또는 브리티시오픈(The British Open)이라고 칭하는 무대다. 영국인들에게는 그러나 '디오픈골프챔피언십(The Open Golf Championship)', 줄여서 '디오픈(The Open)'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대회라는 의미다.
1860년 창설돼 사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다. 바닷가코스인 8개 링크스(스코틀랜드 5곳, 잉글랜드 3곳)를 순회한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고, 5년에 한 번씩은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반드시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다. 초창기에는 챔피언에게 은화 5파운드와 은제 벨트를 수여했고 지금은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하면 비와 신사, 그리고 근엄함이 떠오른다. 미국인들은 골프장에서 "Are you being British?"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당신 영국인이 되었느냐?"지만 속내는 "영국인처럼 폼 잡는 거야?"라는 비꼬는 말이다. 영국인들은 옛것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강해 뭐든 바꾸기를 싫어한다. 도시 건물들은 우중충하고 50년대의 오스틴 택시가 여전히 시내를 질주한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말했지만 영국의 겨울은 7월에 끝나고 8월에 시작한다. 하루에도 4계절이 교차하고, 1년 중 190일 이상 내리는 비는 춥고 으스스해서 바바리코트와 스웨터, 홍차, 위스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필자가 2년간 체류하면서 느낀 건 무엇보다 신사도 정신(gentleman ship)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모든 룰을 철저히 지키고 행동에서도 고상한 품위를 지키며 복장과 매너를 준수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인드, 테이블매너, 국제적인 태도와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영국골퍼들은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All is not gold that glitters)"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골프를 친다고 모두 신사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공 잘 치는 싱글핸디캐퍼보다는 매너 좋은 골퍼를 환영한다. 영어를 구사할 때도 슬랭이나 약식의 미국식 영어 대신 격식을 갖춘 품위 있는 영어가 바람직하다. 벙커를 샌드트랩(sandtrap), 트롤리(trolley)를 풀카트(pull cart), 토일렛(toilet, 화장실)을 레스트룸(Restroom)이라고 하면 아주 싫어한다.

지난주 골프장에서 만난 영국의 체육대학 교수는 "한국인이 더 많은 상식을 가지고 영국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는 골프라는 언어를 통해 그들과 우의를 다진다.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도 이루어지고 풀리지 않는 외교문제도 성사시킬 수 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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