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총영사관에서 만난 정태희 미주지역 총괄 재외선거관은 첫 재외국민투표 이후 번지는 '투표 무용론'이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해(80억원)와 올해(213억원) 총선 관리비용으로 들어간 예산이 293억원. 국내에선 1인당 약 60만원꼴의 '참 비싼 투표'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재외선거관 55명의 2년간 주택임차비 105억원을 더하면, 투입 대비 산출은 초라한 게 사실이다.
과거 대선에선 40만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산술적으론 재외 유권자의 20%만 투표에 참가해도 판세를 가를 수 있다. 높은 관심 속에 시작된 재외선거가 이렇게 외면 받은 이유는 뭘까.
그는 "영주권자의 경우 '사람'아닌 '정당'에 투표해 비례대표만 선출하게 돼있는 것도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봤다.
정 선거관은 따라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면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유권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선거관은 먼저 "일본처럼 영구 명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선거법은 '수시 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명부를 만들라는 얘기다. 재외국민들은 총선에 참여했더라도 12월 대선 때 다시 등록 절차를 밟아야 투표할 수 있다. 총선 때 두 번, 대선 때 두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겹치는 해에는 모두 네 번을 공관에 나가야 한다.
정 선거관은 이와 함께 "순회투표를 허용하거나 간이 투표소를 늘리는 등 찾아가는 서비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외선거관들이 멀리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교민을 직접 찾아가 투표를 받자는 얘기다.
그는 나아가 "재외선거관 상주화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 선거관은 "재외선거가 자리를 잡으면 지금처럼 55명이나 되는 재외선거관을 내보낼 필요는 없지만, 현지 교민들의 사정과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거점 지역의 재외선거관이 상주하며 여러 정보를 축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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