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아시아 통화통합 멀어져"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단일 통화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오랜 꿈을 깨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사망자 명단에 ‘아시아의 통화통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과 라오스 또는 싱가포르와 미안마처럼 서로 다른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져 왔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지역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아시아 외환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체결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피터 드라이스데일 호주 국립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통화동맹이 통화통합으로 가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이 주장은 과거에도 설득력을 얻지 못했지만, 현재는 신뢰성이 제로(0)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럽은 유로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경제와 환율을 통합하며 거의 반세기의 세월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자, 회원국들은 해당국에 긴축정책과 소버린 채권 구조조정을 강요하며 제도적 허점을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정부들은 이웃 국가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양자간 외환스왑 협정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다자간 협정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기금(CMIM)으로 전환하는데 10년이 걸렸을 정도.
그러나 CMIM으로의 전환이 아시아 지역 통합 가속화의 신호로 해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제이 메논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의 교훈은 지역통합의 성공을 위해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과 긴축정책을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준비가 안된 국가들에게 단일 통화를 허용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아시아 지역의 통합은 유럽 재정위기 발발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가 통화통합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유럽센터의 레이즌 샐리 국장은 “유럽의 경우 무역 및 투자 현금흐름을 통합할 충분한 타당성이 있었으나, 통화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아시아가 통화 통합을 추진할 경우 아시아가 이미 달성한 무역 통합 역시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드라이스데일 교수는 “통화 통합에 대한 포기가 다른 분야의 통합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면서 “원자재 및 자본 시장 개방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경제 및 금융권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아시아 각국의 통화는 갈수록 연동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니터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ADB 경제 연구소의 빌렘 토르베커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감시감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면서 아시아 지역통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아시아 각국들은 서로의 통화를 외환보유고에 일정부분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는 상호 감시의 동기 부여는 물론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동료집단 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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