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고로 좌충우돌… '앞에선 읍소 뒤에선 개입'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번 회의에서 일본 혼자만 손해를 봤다(10월 24일 산케이신문)"
지난 달 23일.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끝난 이 날, 내외 언론은 합의 내용의 구속력에 물음을 던지면서도 대개 성과가 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떠들썩한 잔칫상을 물리던 그 때 혼자 울상짓던 나라가 일본이다. 회의를 앞두고 일본은 한국과 중국을 직접 거론하는 등 외교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엔고(円高) 이슈화에 나섰지만, 본 무대에서 채 목소리 낼 틈도 없이 환율전쟁 휴전(休戰)이 선언됐다.
회의 직후 일본 언론들은 경주 커뮤니케(공동 선언) 중 '시장 결정적인(market determined) 환율제도 이행'에 방점을 찍으며 "이번 합의로 엔고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가로막힐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그리고 열흘, 엔고로 속앓이 중인 일본은 '개입과 읍소'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도쿄 환시 급등락… 당국 개입 가능성
1일 뉴질랜드 웰링턴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달러당 80.21엔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시장 거래가(80.37엔)를 뛰어넘는 초강세였다. 도쿄 외환시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대로라면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로 높았던 1995년(79.75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틀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 규모를 확정하면, 4일 도쿄 환시가 다시 한 번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개장 얼마 후부터 엔화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엔화 매도 달러 매입' 주문이 쏟아져 엔화 거래가는 달러당 81.60엔까지 올랐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가 대규모 개입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일본 재무성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미 엔고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상태다. FRB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고가 심화되면 4일이나 5일쯤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추가 양적완화 등 대응책을 내놓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전망이다.
▲"윤 장관, 꼭 만나고 싶다"… 韓에 SOS
일본 정부는 환시 개입으로 급한 불을 끄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G20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G20 의장국인 한국 등 주요국을 끌어안아 엔고 타개책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정권의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출범 5개월을 맞는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한 달 사이 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9~30일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이 40%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간 총리가 민주당 대표로 재선된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71%를 기록했다. 떨어진 지지율은 일본 정부에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일본 국민들은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에서 드러난 정부의 외교적 미숙함과 엔고 등 경제 정책에 대해 실망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말 교토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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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기 중 윤 장관과 꼭 만나고 싶다는 일본 측의 요청이 있었다"며 "서울 G20 정상회의 전 마지막 조율장인 APEC 회의에 일본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5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윤 장관은 미국, 중국, 일본 재무장관들과 잇따라 만나 환율과 경상수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에 대한 의견을 최종 조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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