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속도내는 유화제스처 속내는?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천안함사건 이후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서로 보내는 제스처가 예사롭지 않다.
이번 이산가족상봉은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이례적인 경우다. 그동안 이산가족상봉은 대체로 남측에서 먼저 제의하고 북측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00년 이후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17차례의 대면행사와 7차례의 화상행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남북간 총 4000가족, 2만여명이 만났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간 실무접촉을 열자는 대북통지문을 이르면 13일 발송할 계획"이라며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상봉정례화를 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4일 쌀 지원을 공식요청하고 7일 나포된 대승호를 30일만에 풀어줬다. 이어 10일에는 추석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했다.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승호 송환과 이산가족상봉 제의는 100t규모의 쌀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산가족상봉 제의를 명목으로 우리측에 요청한 쌀, 시멘트, 중장비 등의 수해복구 물자를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천안함 사태에 대응한 정부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고 '천안함가해자'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는 평가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정영태 소장은 "천안함사태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가 요구되고 이런 변화가 있어야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 대승호 송환과 이산가족상봉을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방대학교 김연수 교수는 "북한이 수해지원 통신문에서 사용한 동포애적, 인도주의적 단어는 적십자에서 지원물자를 보낼때 쓰는 문구"라며 "긴급구호성격의 쌀지원을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또 "우리 정부에서 많은 양의 쌀지원을 못한다면 민간단체의 적은양의 쌀을 자주 받겠다는 의도"라며 "남한민간단체의 지원열기를 북돋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제의에 대한 '정례화'로 화답한 우리정부의 의도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대북지원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과 천안함사태관련 북한의 조치 이행 등을 위해서도 이 같은 유화책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대학원 양무진 교수는 "남북관계는 북한이 꺼내놓은 카드에 대한 정부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며 "북한의 통지문은 6자회담, 동북아정세, 경제난 극복 등 전반적인 환경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논의 재개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접촉설에 이어 올 7월에도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유사한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2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지난달 중순 개성에서 남북 고위관계자가 비밀접촉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접촉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