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한곳에서 공부하다보면 세계인의 눈에는 한국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로 인사하는 건 기본이고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학생들도 많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최신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는 학생들 앞에선 한국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때도 있다.
동양 학생들만큼은 아니지만 서양에서 온 학생들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반 친구가 말하기를 자기는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짬짬이 한국 영화를 챙겨보는데 한국 영화에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보고 나면 감정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친구는 한국의 예의범절이나 존댓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이 주제로 오랫동안 얘기한 적도 있다.
한국에서 관광을 한 적은 없지만 경유차 인천국제공항에 들린 적이 있다는 친구는 인천공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것도 드물고, 직원들의 일 처리 속도, 친절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의 서비스는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여기서 나고 자랐으니 공항에서 경험한 우리나라의 서비스는 이 친구의 마음에 인상 깊게 남았을 법하다.
대부분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을 아름답고 역동적인 나라로 기억한다. 우연한 기회에 버스 안에서 한 모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자신의 남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딸은 ‘한국은 살기에 편한 나라’라고 한국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머니도 딸을 보러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는데 한국에는 페테르부르크와는 완전히 다른 한국만의 미가 있다면서 음식도 맛있고 자연경치도 아름다우니 한국인으로서 역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추켜세워 줬다.
그리고 요즘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꼽힌다는 에르미타쥐 박물관에서는 ‘한국 예술 5000년’ 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회가 처음 열리는 날, 한국학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에르미타쥐 박물관에 구경을 갔었다. 의외로 관계자말고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관을 둘러보 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러시아의 자랑인 에르미타쥐 국립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예술품을 둘러볼 수 있다니, 한국에 있을 때는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과거엔 그저 동쪽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져 있던 작은 나라 한국이 이렇게나 성장한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자랑스러워만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리에겐 아직 우리나라를 연상시킬 수 있는 고유의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문화권 사람들은 중국식의 ‘미(美)’가 동양의 ‘미(美)’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 여기에서 일본 초밥은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음식이자, 누구나 즐기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거리에서 초밥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가게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가전제품을 사용하면서 그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고유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애국심이 강해진다고들 말한다. 나도 여기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동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뿌듯하다. 한국에 있을 때 언론을 통해 접했던 한류는 분명 감동적이었지만 와 닿지 않았다. ‘언제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얼마나 부풀려진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페테르부르크에서 직접 느낀 한류 는 우물 속에서 상상했던 한류와는 달랐다. 이곳에선 아직 '한류열풍'이라고 하기엔 분명 이르다. 그러나 나는 이 땅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갈 미래의 한류를 보았다. 세계 속에 당당히 우뚝 서는 나의 나라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글= 임하나
정리= 박종서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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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하나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던 중 연수차 러시아로 떠났다. 처음에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많았지만 이제 '러시아의 진짜 매력에 눈을 떴다'고 말할 만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배우며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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