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60년된 불발탄 발견 처리방법은...
제56탄약대대(대대장 신영석.3사 25기) 폭발물처리반(EOD)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6.25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흘렀다. 시간 지나도 전쟁의 아픔은 우리의 기억과 가슴 속 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남아있다. 특히 전후 세대들에게 6.25 전쟁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전국 도처에 묻혀 있는 불발탄들이다. 불발탄들은 신축 건설현장에서나 지하철 공사장에서, 아니면 하천 바닥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불발탄들은 60년전의 아픔을 말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칫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군 당국은 불발탄을 제거하기 위해 전군에 40개 처리반을 배치해놓고 있다. 그러나 불발탄을 처리하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불발탄 처리반원이 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고도의 기술을 연마한 뒤에라야 불발탄과 싸울 수 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무게가 30kg이나 나가는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먀만 가능한 일이다.<편집자주>
지난 22일 육군 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제56탄약대대(대대장 신영석.3사 25기) 폭발물처리반(EOD)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포천시로 향했다. 56탄약대대 폭발물처리반(EOD)이 담당하는 지역은 서울북부, 하남, 용인, 성남, 양평, 여주, 가평, 수원 등이다. 이 지역을 8명으로 구성된 EOD 1개 처리반이 모두 담당한다. 이들은 포탄발견 신고가 접수되면, 언제든지 출동해야하기 때문에 1개 처리반을 2개조(4명)으로 나눠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께 처리반대기실에 들어서자 장영진 폭발물처리반장(준위.기행132기)은 지난해 229일을 출동해 506건의 폭발물을 처리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무게로 치면 151t에 해당한다. 기자가 놀라지 않자 장 반장은 "폭발물처리장에 가서 직접 불발탄을 제거해봐야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 먼저 나섰다.
승용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 연천 폭발물처리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하늘 한가운데 자리잡은 태양은 낮기온을 섭씨 31도까지 끌어올렸다. 임무는 불량탄 폭파로 EOD의 주요임무중 하나였다. 이날 폭발시킬 불량탄은 탄약고에서 탄약검사관들이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4.2인치 조명탄 40발이었다. 무게는 1톤.
탄약을 폭파시키기 위해서는 폭파 대상탄약의 2배에 해당하는 고성능폭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폭파를 위해 C-4(Composition C-4)폭탄 17kg를 준비했다. 장병들과 함께 움푹 들어간 땅에 삽으로 가로, 세로 각 2m, 깊이 50 cm로 구덩이를 팠다. 여기에 조명탄을 일렬로 나열했다.
일렬로 세워야 하는 이유를 묻자 장 반장은 "조명탄은 자체 폭발력이 없기 때문에 위아래로 놓으면 폭발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EOD대원들은 모든 포탄의 종류와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4폭탄을 화약이 담겨있는 도폭선으로 감고 조명탄 위에 올려놨다. 그 위에 흙을 60cm가량 덮었다. 흙을 충분히 덮어야 폭발력을 폭발 대상탄에 집중할 수 있고 파편이 주변에 많이 튀지 않는다. 흙 밖으로 나와 있는 도폭선에 뇌관, 도화선, 휴즈 순대로 연결했다. 휴즈를 당기면 도화선은 40초당 30cm의 속도로 타들어간다. 타들어간 도화선은 뇌관과 도폭선, C-4폭탄을 동시에 터뜨린다고 했다.
이날 준비한 도화선은 1.8m. 휴즈를 당기고 피신할 여유시간이 4분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퓨즈를 당기고 1km밖 관측소로 자리를 옮겼다. 장 반장은 폭발물처리장 안에 혹시 민간인이 들어올 수 있다며 거듭 경고방송을 했다. 남은시간 30초. 기자가 "너무 멀리 떨어져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자 장 반장은 그냥 웃고 말았다. 조바심을 느끼는 사이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 관측소에서 가로 세로 15cm가량의 구멍으로 폭파모습을 볼 수 있었다. 0.5초나 지났을까. 귀가 멍해졌고, 철모가 반쯤 벗겨졌다. 폭발 후폭풍의 위력이 대단했다. 밀려오는 바람에 순간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을 가라앉히고 대테러훈련을 받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56탄약대대는 지난해 10월 군단으로부터 대테러부대로 지정됐다. '텔레토비 옷'이라고 부르는 30kg의 폭발보호복을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입었다. 바지만 입었을 뿐인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윗옷을 입자 이마에서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헬멧을 쓰고 1분도 채 안된는데도 다리의 힘이 풀려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임무는 가상의 폭탄 앞에 수압을 이용, 물을 쏘는 물포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불과 10m 앞에 있는 폭탄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있기도 힘든 자세에서 한걸음 한걸음 움직였다. 헬멧 안에서는 숨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했다. 장갑을 벗고 물포총에 점화선을 연결하자 폭탄에 두려움보다 보호복안의 온도를 도저히 결딜 수 가 없었다. 이윽고 물포총은 가상의 폭발물을 산산조각냈다.
상하 15cm가량 구멍안으로 폭파모습이 보인지 0.5초만에 순간 귀가 멍해지고 기자의 철모를 반쯤 벗겨냈다. 폭발로 인한 후폭풍의 위력이다. 밀려오는 바람에 순간 숨도 쉴수가 없었다.
원본보기 아이콘폭발물처리반 김재욱 상병(22)은 "교육을 받고 자대배치를 받았지만 폭발물을 처리하는 순간마다 긴장한다"면서 "긴장감은 안전하게 처리된 포탄을 보고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주는 시민 한마디에 모두 풀린다"고 말했다.
헬멧을 벗자 섭씨 30도가 넘는 날씨조차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시원함도 잠시. 폭발반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실제상황이었다. 연천군 원당리 인근 임진강에 포탄이 발견됐다는 신고였다. 장병들은 재빨리 장비를 챙기고 출동을 준비했다. 온몸에 땀으로 범벅된 기자도 차에 올라탔다.
발견된 포탄은 6.25전쟁 당시의 것으로 중국제 120mm 박격포탄이었다. 불발탄은 장소를 현장에서 폭파시키는 게 원칙. 이동순간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석인 탄약처리관(중사 부사관 99-16기)은 "포탄의 형태가 남아있고, 신관이 있다면 살아있는 포탄으로 봐야한다"면서 "언제 터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발견된 포탄은 6.25전쟁 당시의 중국제 120mm 박격포탄. 불발탄은 장소를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폭파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이동순간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본보기 아이콘불발탄 근처에 다가가기가 몹시 두려웠다. 장영진 반장은 재빨리 포탄 옆에 신관파괴기(Dearmer)를 설치했다. 8cm가량의 막대기 모양 철근을 신관에 조준해 쏴 신관만 분리하는 작업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조차 가슴이 뛰어 제대로 볼 수 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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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을 연결하고 20m밖에서 점화스위치를 돌렸다. '꽝' 소리와 함께 불발탄 앞부분인 신관이 나가 떨어졌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임진강 끝에서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렇게 6.25전쟁의 아픔을 없애려 긴장의 하루를 보냈다.
현장에 발견된 포탄은 6.25전쟁 당시의 중국제 120mm 박격포탄. 불발탄은 장소를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폭파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이동순간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본보기 아이콘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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