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2년 전 주요 대학병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수도권에 분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합치면 1만 병상이 경기도에 새로 생기는 셈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수도권 곳곳 지역 주민을 위한 종합병원이 탄생했어야 하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야심찬 계획' 지금은 어디로?

경희대병원은 2008년 10월 경기도 안산시에 700병상 규모의 양ㆍ한방 종합병원을 건립하는 내용의 MOU를 안산시와 체결했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현재 이는 '물 건너 간' 상태다.


병원 부지 소유주인 수자원공사와 가격 절충이 안 됐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현재 수도권 다른 지역에 부속병원을 짓기 위해 TF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도 경기도 오산시에 600병상 규모의 분원과 치과병원을 짓기로 하고 2008년 오산시와 MOU를 맺었다. 2000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한 오산시는 부지 제공은 물론 전기, 통신 등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업은 MOU를 1년 연장하면서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단계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종합의료기관을 설립하자는 큰 틀의 합의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당시에 여러 지자체에서 대학병원을 유치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서울대병원 유치도) 그런 분위기가 반영됐었다"고 털어놨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아니면 말고' 식 관심 끌기가 한몫 했다는 이야기다.


▲병원 대형화 경쟁에 공수표만 날린 셈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용인시에 8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짓기로 하고 2010년 말 완공목표를 제시했으나 지난해 10월에야 기공식이 열렸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건축 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윗선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진행이 가능한 상태이고 병원을 짓는 데 필요한 재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에 10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고 발표했던 을지대도 언제 병원이 개원할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2008년에 경쟁적으로 발표되던 대학병원의 수도권 진출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병원을 못 지으면 다른 병원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병원 간 경쟁심과 '대학병원을 유치하지 못하면 무능한 도시'라는 지자체간 경쟁심 때문에 성급하게 추진된 면이 없지 않다.


막대한 비용 문제도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병원을 하나 짓는데 건물 공사비와 각종 기자재 장비를 포함해 대략 3000억~4000억 원 선이 든다. 2008년 겨울부터 시작된 경기불황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구에 세워지는 한림대성심병원이 유일하다. 850병상 규모로 세워지는 동탄성심병원은 2012년 7월 개원을 목표로 현재 70% 토목공사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 관계자는 "그동안 모아왔던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라 재정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며 "2012년 개원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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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판교, 동탄 등 신도시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위기감 때문에 병원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착공을 앞둔 시기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재원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발표와 달리 제대로 진척된 것이 없어 지역 주민들에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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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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