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월스트리트에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대형 금융회사의 브로커가 독립해 자문사로 나서면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중개업의 무게중심이 바뀌기 시작한 것. 18개월에 걸친 금융위기가 월가의 판도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 대형 금융사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특히 대형 브로커리지의 규모가 위축됐다. 반면 소규모의 독립 투자 자문사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5조 달러(약 5765조원)에 이르는 개인 자산운용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

모건스탠리의 브로커리지 자회사인 스미스 바니(Smith Barney)에서 7억4000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던 에릭 터버는 지난 8월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새로운 투자 자문사 쓰리 브리지 웰스 어드바이저스를 차렸다. 그에게 투자를 맡겼던 투자자들도 터버를 따랐다.


터버는 “2008년 리먼 파산 이후에 대형업체들에 있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떠안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9개월여를 준비해 투자 자문사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터버와 같이 대형 브로커리지를 탈출해 독립 투자 자문사를 설립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투자 자금도 점차 대형 금융사를 떠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세룰리 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브로커리지를 떠난 자금을 1880억 달러(약 218조 달러)로 예상했다. 세룰리는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룰리에 따르면 월가의 브로커리지가 관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2008년 말 전체의 48%였고, 투자자문사는 전체의 19%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세룰리는 2012년에는 대형 금융사들의 점유율은 41%까지 떨어지고, 자문사의 비중은 2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12월까지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대형금융사의 브로커 수는 14% 줄어 5만5000명을 밑돌았다. 반면 투자자문사에 소속된 브로커의 수는 29% 증가해 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월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웰스매니지먼트도 2008년에 20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비슷한 현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사들도 브로커들의 탈출에 부채질을 했다.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은 자금 운용 실적이 저조한 브로커들을 정리했다. 모건스탠리 스미스 바니의 대변인은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한 브로커들은 정리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브로커리지는 수수료 등의 보상을 낮추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브로커들을 탈출을 부추겼다. 가령 주택관련 상품 거래 수수료를 기존 40%에서 20%로 낮추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나섰고, 그들이 선택한 방안이 ‘독립’이었던 셈이다.


터버는 당장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가 부담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독립된 기업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형 브로커리지가 회사에서 계획된 금융상품이나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투자자금을 관리하는 반면 자유롭게 투자 상품을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팀 누난은 2009년 2월에 메릴린치를 나와 누난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4000억 달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누난은 “규정된 시스템 내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수익률 압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며 금융사를 떠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독립 자문사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을 더 많이 배분하면서 투자자들을 붙잡아 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만의 투자 가치를 만들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독립 자문사들은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대형 투자사와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소형 투자 자문사들은 매매와 증권 보관 뿐 아니라 다른 사무 업무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대신해 할인중개업(discount-brokerage)을 하는 찰스 슈압,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TD 아메리트레이드 홀딩스 등이 이 같은 자문사의 역할을 대행하는 체제가 갖춰졌다.


할인중개업자는 이메일이나 세미나, 스팸메일 등을 통해서 투자자들 유인해 투자 자문사를 알선한다. 그들은 일정 기간 동안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등의 역할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AD

일부 대형 금융사도 이 같은 변화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브로커리지 자회사인 와코비아 증권은 브로커들의 독립을 장려하고 있다. 계약을 통해 웰스파고의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는 형태지만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웰스파고는 현재 1000명의 독립 자문사와 협력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