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선박 수주량이 급감한데다 은행권의 자금 공급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런던의 선박 중개회사 클락슨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1월까지 선박 수주량은 조선산업이 활황이던 2007년 2억7200만 DWT(재화중량톤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2880만 DWT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나마도 주문량의 절반은 중국이 독식했다. 중국의 국영 선박업체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신규 주문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

신규 수주가 급감하면서 조선업체는 계약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금 흐름이 거의 마비된 상황이다. 브레마 선박의 찰스 모리슨은 "선박 건조에 필요한 비용을 초기 계약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지금까지 조선업계의 관례였다"고 전했다.


새로운 수주가 없는 상황에 조선업체들은 이미 건조한 선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기존의 계약 역시 인도 기한이 불투명하거나 입금이 없는 실정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계 1위 조선강국 한국에서 3개 조선소가 지급불능 사태에 처했고, 중국과 독일, 일본, 미국 노르웨이의 업체도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덴마크에서는 유일한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FT는 앞으로도 조선소들의 파산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 증설 계획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조선강국들은 파산 위기에 처한 조선업체들을 지원해 왔는데 이로 인해 조선산업은 만성적인 과잉설비에 직면하고 정부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1970~80년대 조선산업을 멍들게 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의 대니 스콜페시 조선산업 담당자는 "조선산업 전반에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그러나 각국 정부가 조선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찬성론자들은 자동차 업계와 같이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2002~2008년 사이의 활황기를 맞으면서 생산 설비를 급속도로 늘렸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설비로 인해 조선산업은 비용 감축 압박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OECD 조선산업 위원회 하랄드 네플 위원장은 지난해 초과 설비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유휴 설비의 증가로 수주한 선박의 실제 가치는 계약 당시 가격보다 훨씬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선주(고객)는 잔금을 치르기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선주들은 계약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만 미리 지불한 계약금을 잃는 것 또한 꺼려하고 있다. 몇몇 은행들은 조선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 활황기 동안 계약된 선박의 가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선주들에게 추가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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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슨은 한국 조선 업체를 포함해 몇몇 조선업체와 선주들이 이미 완공된 선박의 인도를 연기하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세계 선주들을 대표하는 국제해운연맹은 최근 조선업체에게 계약 취소를 대비하라고 요구하며 계약 취소가 조선 시장 침체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업체는 더 많은 수주를 위해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렸다며 계약 취소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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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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