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지난해 부실자산 줄이기에 매달렸던 은행들이 이번에는 향후 몇 년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수조 달러 규모의 부채 때문에 비상에 걸렸다.
부실자산을 줄이기 위해 발행된 채권들이 몇 년 내로 만기되는 가운데 부채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은행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채무재조정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조사를 인용,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2012년 만기되는 7조 달러를 포함해 약 10조 달러 규모의 채권이 2015년 말까지 만기를 맞는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신용 팽창 시기에 은행들은 싼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대규모 차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금융위기가 찾아온 후에는 정부 보증에 기대 차입을 지속했지만 문제는 정부 보증 채권은 대부분 만기가 짧다는 것이다.
WSJ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채무보증프로그램인 한시적유동성보장프로그램(TLGP)이 지난달 종료되면서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 하에 보증받던 채권들이 상환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 부채들을 2012년 전에 상환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07년에 5년 만기로 발행했던 채권의 상환시기와 맞물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애널리스트는 “정부 채무보증을 받은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대체로 안전한 국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보증 없이 은행들이 재융자를 원한다면 이들이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 만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은행들이 장기적인 문제 보다는 단기적 문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해 상대적으로 발행이 쉽고 비용이 낮은 단기채 발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은행권 신규발행 채권의 평균 만기는 5년동안 7.2년에서 4.2년으로 줄어들었다. 채권 만기 문제는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미국과 영국 은행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부채 만기는 5년전의 7.8년에서 3.2년으로 줄어들었다. 영국 은행들은 8.2년에서 4.3년으로 줄어들었다.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대형 은행들은 자금 재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대형 은행들은 적절한 수준으로 재융자 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또 지금까지 만기되는 채권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수준의 자금을 보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씨티그룹은 내년 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또한 2011년 만기되는 395억 달러 채권과 2012년에 만기되는 593억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BOA의 경우 내년에 554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고, 2011년에는 353억 달러, 2012년에는 584억 달러 채권이 만기된다. JP모건 체이스는 2012년까지 1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은행들이 만기를 앞둔 채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단기 만기의 정부 보증 채권은 저렴한 비용으로 발행된다. 일례로 Baa 등급을 받은 은행이 정부 보증 3년채를 팔면 1.3%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반면 같은 은행이 10년채를 발행할 경우 7.75%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은행들이 장기 채권 발행에 나서기에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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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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