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번지며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추세일까, 베어마켓 랠리일까.



가파른 주가 상승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주가 상승을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일으킨 금융시스템을 '웹3.0'에 비유하며, '웹2.0'의 세계로 회귀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붕괴된 거품으로 별 재미를 못 봤다면 더 탄탄한 거품을 쌓아 올려라.'



최근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얘기다.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번지면서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는 3월 저점 대비 약 40% 급등했다. 특히 홍콩은 52% 상승이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심지어 일본 증시도 랠리했다.



경기 침체와 악성 부실자산의 늪에서 그나마 아시아가 견실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40%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이나 홍콩과 일본 증시의 랠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96년 자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을 지칭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은 상투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2009년에 와서 이 용어는 웹3.0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웹2.0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것이라면 웹3.0은 정보와 저보를 연결한다.



웹3.0과 금융위기의 공통점은 미래가 보기 나름이라는 데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기는 반면 재무건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웹3.0을 두고 누군가는 광활한 미지의 비즈니스 기회로 보는 반면 사이버 세계가 결국 인간의 사생활을 모두 파괴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과 같다.



작은 호재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신종 플루가 20억 인구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을 해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 금융위기부터 테러리스트 공격에 이르기까지 악재들이 언제든 불쑥 나타나 투자자들을 질리게 할 수 있지만 미약하나마 장밋빛 전망이 당장 듣기에는 좋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말한 '회복의 조짐(green shoots)'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많은 사람들은 공격적인 부양책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증시의 랠리에 합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다. 설사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친다 하더라도 아시아 수출 업체에 위기 이전과 같은 비즈니스 여건이 형성되리라 보기는 힘들다. 미국인들은 여전히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형편이다. 소비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FRB가 제로 수준인 금리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리려는 움직임 역시 경제 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버냉키 의장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 바로 일본 식의 초저금리 정책이다.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방향을 잃었고, 시장은 자신이 처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년 전에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경제 성장을 회복시키는 수단으로 통했다. 10년 전만 해도 단순하고 명료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화 상품과 비은행권의 대규모 여신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웹1.0 환경에서 웹2.0으로, 그리고 이미 웹3.0까지 진입했다. 웹3.0 세상에서 금융 리스크는 해소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시스템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다시 웹2.0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정책자들이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투명성과 책임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지금은 비이성적 과열이 현실을 모호하게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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