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정의·활용 가이드라인 부재
은행별 도입 방식 제각각
신파일러 발굴 핵심 수단 기대 모으지만
부실 리스크·상환 능력 판단 대체 어려워
고도화될수록 부실 차주 걸러내 대출공급 제약 가능성도

대안신용평가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 발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중·저신용자의 금융시장 배제 문제를 지적하며 기존 금융 이력 중심의 심사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


은행권에서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차주를 추가 발굴하는 방식이 포용금융을 강화할 수 있는 합리적 수단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부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전면적인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하더라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신용평가 '신파일러 발굴' 열쇠일까? 은행권은 공급 한계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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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법적 정의나 구체적인 활용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대안신용평가의 실질적 확산을 위한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활용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대안신용평가를 신파일러 발굴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제도적 기준이 없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각 은행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안신용평가를 도입·운영하는 실정이다.

대안신용평가는 통신요금, 공과금, 월세, 세금 납부 이력, 결제·소비 패턴, 플랫폼 활동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체계다. 기존 신용평가가 대출·연체·카드 사용 이력 등 과거 금융 기록에 주로 의존했다면, 대안신용평가는 일상적인 납부·소비·거래 데이터를 통해 차주의 상환 여력을 추가로 판단하려는 시도다. 금융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차주의 생활 기반 현금흐름과 상환 행태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카뱅 스코어·TSS·이퀼 도입한 인뱅 3사

가장 적극적으로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해 활용해온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인터넷은행들은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대안평가모형을 구축하고 이를 대출 심사의 주요 지표로 활용해왔다. 기존 금융정보뿐 아니라 플랫폼 내 송금·결제 이력, 통신비 납부 정보, 소비 패턴 등을 함께 반영해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신용평가모형과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해온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롯데멤버스 등 외부 기관과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모델 도입 이후 기존 모형으로는 거절 대상이었던 중·저신용 고객에게 대출을 추가 공급했다.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 모델인 TSS를 통해 중·저신용자 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는 통신 3사 등이 공동 설립한 통신대안평가사의 '이퀄(Equal)' 모델을 도입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통신요금 납부 내역, 데이터 사용량 등 통신 기반 대안정보를 활용해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보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은행들의 사례는 대안신용평가가 신파일러 발굴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대안신용평가 모형 고도화와 활성화가 반드시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안신용평가를 고도화한다는 것은 은행이 결합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와 리스크 변별력을 높인다는 의미다. 평가 모형이 정교해질수록 차주의 부실 리스크를 더 세밀하게 가려내는 심사 도구로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심사 모형이 점차 고도화될수록 산출되는 결과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공과금, 월세는 잘 내고 대출 연체도 없던 차주일지라도 통신료, 세금 납부 이력이 불규칙하다거나 모바일 결제 패턴상 위험 요인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대안신용평가에서 위험 차주로 인식돼 오히려 은행은 대출 실행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세계은행 역시 2024년 작성한 보고서 '신용평가에서의 대체 데이터 활용: 신용 위험과 평가'에서 대출 상환 이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과금·세금 납부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에서 불안정성이 확인된 차주들은 대출을 거절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은행들이)대안모형을 건전한 차주 발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모형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반드시 중저신용자 발굴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대출 승인에 도움이 되는 긍정 정보만을 대안신용평가 모델에 반영하도록 제한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 변별력 확대 효과가 크지 않아 모델을 적극 활용할 유인이 약해진다. 지난 1월 금융위의 신용평가체계 개편 TF 킥오프 회의에서도 한 업체는 "금융사가 대안신용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 및 비즈니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부실 예측력 강화를 위해 금융기관이 정교한 신용평가를 하려면 긍정·부정 양방향 대안정보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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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도 장기적 확대엔 한계 지적 

시중은행들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차주를 대상으로 한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청년, 주부, 사회초년생 등 기존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차주군을 설정해두고, 이들이 신청한 여신 상품에 한해서만 별도로 대안평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은행의 WON생활비대출은 비임금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만 대안평가모형을 적용해 차주를 발굴한다. 여신 공급 목표치인 1000억원 범위 안에서 기존 금융 이력은 부족하지만 대출을 갚아나갈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차주를 찾아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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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 또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통한 신파일러 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해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안신용평가 모형이 고도화되더라도 리스크와 부실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당국이 목표치를 정하고 드라이브를 걸면 물론 관련 상품들을 늘려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기적 소득이 확인되지 않는 차주들에 대해 상환능력이 있다고 보고 은행이 관련 대출을 지속해 전격적으로 늘려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차주라면 결국 현금 부자이거나 직장에 취업을 앞둔, 혹은 막 취업한 청년층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전자는 포용금융 취지와 맞지 않고, 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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