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는 지도부
'삼성은 좋은 기업인가'를 주제로 공론장을 열면 백 사람이 백 가지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뜨겁고 논쟁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송이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에게 이건 묻고 싶다. 대체 회사가 무슨 짓을 했기에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고 "감방 보내면 책도 좀 읽고 운동 좀 하고 오겠다", "원한다면 깡패가 되겠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는 지경이 됐는가. 직원조직의 대표가 감방행을 각오하고 깡패같이 투쟁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을 회사가, 그것도 삼성전자만한 회사가 저질렀다면 회장에서 일선 간부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 같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지부장에게도 묻고 싶다. 회계와 관련한 사내 기밀자료를 빼내어 만천하에 퍼지게 할 만큼 심각한 부정이라도 회사가 저질렀는지, 노조가 파업을 하면 어차피 회사가 손실을 입을 테니 파업을 했다 치고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게 정상인지 말이다.
박 지부장과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위태로운 국면에 가족과의 약속 등의 이유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쟁의에는 동의하더라도 이런 식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쟁의 자체에 반대하는 수만~수십만의 선량한 직원과 그 가족이 맺은 '보통의 일상'에 대한 약속의 무게를 이들이 고민해 보았는지도 궁금하다. 이들은 단순히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십조원을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제도화하자거나, 임금을 평균 14% 인상하고 1인당 수천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라는 게 이들이 하는 요구의 거의 전부이며 이건 돈 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문 간 이해의 충돌에 따른 갈등을 조율하기는커녕 이참에 분사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큰소리치고 대통령의 지적은 다른 회사 얘기라며 시선을 분산시키는 기술(?)은 또 어떠한가. 십 년쯤 전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산업재해 문제를 들고 세상에 나올 때 앞세운 명분과 사회적 연대의 가치가 논란 속에서도 보편적 고민의 단초를 제공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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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서 합의안이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조합원 투표라는 고비가 남아있고 이 과정에는 당연히 지도부의 리더십이 영향을 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도 삼성전자 사후조정 결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5%p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이미 1500억원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자신들이 얼마짜리 판을 벌인 건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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