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앞세운 기업 불복소송
줄패소 사유 '재량권 일탈·남용'
과징금 과도하게 산정돼 뒤집혀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 눈덩이
바위로 달걀치기 소송비도 원인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면서, 정부가 기업에 지불해야 할 과징금 원금을 제외한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이 지난 5년간 188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 철퇴를 맞은 기업들은 처분을 늦추거나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는데, 대형 로펌을 앞세운 기업의 방어 전략에 뒤집기를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돌려줘야 할 이자 188억…공정위 불복소송 줄패소 이유는[Inve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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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과징금 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주며 함께 지급한 환급가산금은 총 187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환급가산금은 기업이 부과받은 과징금을 납부한 뒤 행정소송 등에서 취소·감액 판결을 받을 경우, 원금과 함께 지급되는 이자 성격의 돈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네이버의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267억원이 정당하다고 본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시장의 경쟁 제한 효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고법이 고철 구매 가격 담합 행위로 공정위가 현대제철에 9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에 대해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담합 행위 자체는 인정했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돌려줘야 할 이자 188억…공정위 불복소송 줄패소 이유는[Invest&Law] 원본보기 아이콘

패소 사유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많다.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위법성이나 책임 정도에 비해 금액이 과도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기업을 수년간 조사한 뒤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수준의 판단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누가 언제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공정위는 사실상 1심 법원 역할을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심사관과 이를 판단하는 위원이 같은 조직에 속해 있다. 이것은 판사와 검사가 같은 조직 안에서 오가는 구조와 비슷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판 단계에서도 심사 보고서의 문제점을 바로잡기보다는 논리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처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것"이라며 "심사관 출신 위원이 심판 과정에서 조사 부서를 두둔하는 질의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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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 소송'을 대리하는 기업 측 대형 로펌과 공정위 측 변호인단의 소송비용 격차 또한 공정위 패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로펌 관계자는 "로펌 공정거래 팀에서 과징금 부과, 형사단계로 안가는 것이 주요 1차 방어선이라 과징금이 유지가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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