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 11건·8.4조 승인
"첨단산업 투자 집중은 글로벌 흐름"
국민참여성장펀드 22일 출시…정부 손실 우선 부담

부동산·담보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흐르게 하려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초기 리스크를 떠안고 민간 투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또 국민성장펀드를 둘러싼 '대기업 지원' 논란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전용교육장에서 열린 '미래를 채우는 첫 시작, 청년미래적금 언박싱 토크콘서트'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14 윤동주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전용교육장에서 열린 '미래를 채우는 첫 시작, 청년미래적금 언박싱 토크콘서트'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14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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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기업설명회(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금융의 패러다임을 '보수적 관리'에서 '생산적 투자'로 전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4개월간 총 11건, 8조4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이 위원장은 "고위험·혁신 분야에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생산적 분야의 자금 비용을 낮추고 부동산·담보 중심의 자금 흐름을 미래 성장 분야로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민간 금융권 역시 기업과 함께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자금 배분 왜곡 문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스템은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자금이 부동산과 담보 중심 대출로 흘러가고 있다"며 "은행 대출 가운데 담보 확보가 어려운 정보통신·전문과학기술 등 고위험 기술산업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위원은 첨단산업 분야의 특성상 국가의 선제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이 33.8%에 불과할 정도로 첨단산업 투자는 위험성이 높다"며 "국가가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으면 민간 자금은 쉽게 유입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첨단산업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국가의 위험 분담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짚으며 평택 반도체 생산공장 지원이나 AI 반도체 기업 직접투자처럼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를 주는 사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안우이 해상풍력, AI반도체 생산공장 증설, AI반도체 직접투자 사례 등을 언급하며 "첨단전략산업의 필수 인프라 구축과 민간 투자 유도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제기되는 '대기업 지원' 논란에 대해선 "미래전략산업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인 만큼 대·중소기업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며 "초격차 확보를 위한 규모의 경제 확보 차원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 국가적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또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50조원 이상의 중소·중견기업 생태계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기업 편중 지적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 효과가 크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후순위 투자자로 리스크를 부담하면 실제 위험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밀어주는 사업'이라는 신호가 있어 민간 투자를 유인해 더 큰 시장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최근 AI 등 특정 첨단산업에 투자가 집중되며 기업가치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글로벌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글로벌 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5121억달러로 사상 세 번째 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8개 AI기업이 5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AI 기업 중심으로 투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장기 인내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 기업인 AI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기술력 위에 장기적인 자본의 뒷받침이 더해지고, 개별기업만의 역량이 아닌 한 국가의 산업생태계가 함께 결집하고 작동해야만 반도체 분야의 성공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성장펀드가 인내자본으로 자금을 지원한 의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22일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성장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상품에는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정부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전체 판매액의 20% 이상을 서민 전용으로 배정해 국민의 자산 형성과 첨단산업 투자 참여를 동시에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성호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총괄과장은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소득공제를 둔 이유는 장기인내자본(5년 만기)에 대해 국민들이 제공하는 보상차원이고, 일반 국민의 참여유인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산업은행과 지방 금융권은 국민성장펀드의 지역 확산과 지방 성장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협력 강화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이날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JB금융지주, 수협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정보교류와 공동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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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성장펀드 역시 전체 자금의 40% 이상을 지역에 지원해 지역별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금융기관 간 협업을 통해 지역 성장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하고 원활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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