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CJ 등 '택배 빅5'에 과징금 30억…"안전사고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
늑장 계약 관행·불공정 독소조항 전면 제동
'이미지 실추 시 즉시 해지' 갑질까지
국내 택배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대형 택배 대기업 5개 사가 영업점과 물류 터미널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안전사고 책임을 떠넘기고 계약서를 제때 주지 않는 등 심각한 '갑질'을 부려오다 공정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배상책임 전가·무차별 즉시 해지 등 '독소조항' 적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씨제이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5개 택배사업자가 수급사업자(영업점 및 터미널 운영사업자 등)에 용역을 위탁하며 부당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질환과 안전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공정위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작업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가 이들 5개 사의 계약서 총 9186건을 전면 검토한 결과, 대형 택배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서에 교묘하게 심어둔 부당특약들이 대거 덜미를 잡혔다.
적발된 부당특약 유형을 보면, 택배사 고유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으로 부과된 민·형사상 책임과 과태료, 심지어 고소·고발에 따른 변호사 비용까지 영업점에 대납하도록 강제했다. 또한 '택배사 이미지 실추 시' 등 기준이 모호한 조항을 넣어 소명 기회나 최고 절차 없이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대리점주들을 압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질적인 '늑장 계약' 관행… 최장 761일 지나 툭 던져 주기도
하도급 거래의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인 '서면 선발급' 의무 역시 처참히 무너져 있었다. 이들 5개 사는 택배 물품 집화·배송 등을 위탁하면서 총 2055건의 계약에서 용역 수행이 시작될 때까지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업체별 서면 위반 건수는 쿠팡이 1047건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 580건, 한진 227건, 씨제이 144건 순이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용역이 시작된 지 최장 761일이 지나서야 계약서를 발급하는 등 고질적인 '늑장 계약' 관행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공정위는 대형 택배사들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 등으로 시장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위법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 서면 발급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총 6억원의 과징금을 별도로 무겁게 부과했다.
'퀵커머스' 외형 확장에만 혈안… 상생과 안전은 뒷전
국내 택배 시장은 온라인 쇼핑 일상화와 '새벽배송·당일배송' 등 퀵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물류 경쟁이 극에 달해 있다. 상위 5개 사가 시장의 90.5%를 점유하고 있는 구조다.
대형 택배사들이 화주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단기간에 대규모 물류망을 키우고 외형 확장에만 혈안이 된 반면, 하청업체와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나 종사자들의 안전 투자·책임에는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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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국내 택배시장을 장배해 온 대형 택배사들이 영업점 통제 수단으로 악용해 온 불합리한 특약을 전면 수정·삭제하도록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실생활 밀접 분야를 중심으로 부당특약과 서면 미발급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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