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반 공급 차질로 드러난 필수약 품절 이유
소아청소년병원 71% "7월 전 재고 고갈" 호소
부데소니드·해열시럽도 툭하면 품귀
"약가 현실화·정부 통합관리 시급"

소아응급실과 아동병원 등에서 쓰는 필수 주사제가 잇따라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대체 제약사를 찾아 긴급 수급에 나섰지만, 현장 재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올 여름 '의료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Why&Next]'마이쭈'보다 싼 주사제…소아 필수약인데 만들수록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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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소아 경련 환자에게 쓰이는 필수 1차 치료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 주사제의 공급이 중단된 데 이어 오는 7월부턴 신생아용 혈압 조절 주사제인 '코티소루주(히드로코르티손숙시네이트나트륨)'의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아티반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존 제조·공급사인 일동제약을 대신해 삼진제약에서 대체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코티소루주는 11~12월경 공급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 약물 모두 현장 재고가 고갈되고 새 제품이 공급되는 시점 사이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한 35개 병원 중 34%(12곳)가 이미 아티반 주사제 재고가 바닥나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7%(13곳)는 '1~2개월 내 재고가 소진될 예정'이라고 답해 전체 병원의 71%가 여름이 오기 전 아티반 재고 고갈로 인한 진료 마비를 겪을 것이 확실시됐다. 이들 병원 가운데 "최근 6개월간 아티반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시킨 경험이 있다"는 곳이 23%에 달했으며, 43%의 의료진은 "대체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로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다"고 호소했다.

소아 진료 현장서 반복되는 품절 사태

의료계는 이번 사태가 사실상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홍준 김포아이제일병원장은 "아티반 주사제 앰플 한 개 가격이 고작 782원에 불과해 아이들이 즐겨 먹는 '마이쭈' 한 통 가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낮은 채산성과 과도한 규제가 맞물려 공공재 성격의 필수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료비와 인건비 등 생산원가는 매년 급등하는데 약가는 동결돼 있다 보니 제약사 입장에선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코티소루주는 상한가가 100㎎ 바이알당 820원, 신생아 1회 투여량(50㎎) 기준으로 410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약가 구조 탓에 생산 부담이 커지자 제조사 측은 설비 정비를 이유로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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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치료제인 '부데소니드 흡입액' 또한 소아 크룹(후두기관지염) 환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필수 약제이나 공급이 달려 지속적으로 재고 고갈 위기를 겪고 있다. 감기나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아세트아미노펜 시럽 등의 해열제는 품귀 현상을 빚으며 약국과 병원이 사재기 경쟁을 벌인다.


한동균 광주 남구 미래아동병원장은 "저출산 영향 등으로 소아 필수 약 사용량이 급감하니 공급자 입장에서도 생산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위급한 소아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 없어 성인 약을 소분해 투약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대체 약제가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보건당국의 설명에 전문의들은 "임상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자 환아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아티반은 5~10분 이내의 신속한 작용으로 뇌 손상을 막는 골든타임 사수에 유일한 약제이자, 타 약물 대비 호흡기 자극이 적어 소아에게 가장 안전하고 대체 불가능한 1차 선택지로 꼽힌다.


코티소루주는 초미숙아나 쇼크 상태의 신생아·소아 중환자가 수액이나 혈압강하제를 써도 혈압이 오르지 않을 때 쓸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성인에게는 다른 약을 쓸 수 있지만, 신생아에게는 대체할 다른 약이 없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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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이들 초저가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원가와 관리비를 국가가 보전하는 별도 체계를 마련하고, 제약사의 공급 중단 보고가 접수되면 자동으로 관계부처가 공동 대응에 나서는 '자동 트리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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