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기업은 로펌에 사용 요구
한국에서는 아직 잠잠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하길 바란다."
톰슨 로이터 연구소가 지난 4월 영미권 국가에서 1700여 명을 상대로 AI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 법무팀 응답자의 59%가 이같이 답했다. 기업 고객이 로펌을 찾을 때 '입찰·제안요청서에 AI 사용 여부를 명시해 달라'고 한 응답도 8%였다. AI를 사용한다는 로펌 중에서는 '비용 절감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고 답한 곳도 20%였다.
톰슨 로이터 연구소가 지난 4월 영미권 국가에서 1700여 명을 상대로 AI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 법무팀 응답자의 59%가 이같이 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픽사베이
의뢰인들이 법률 비용을 줄이려 로펌에 AI 사용을 요구하고, AI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해 얼마나 비용을 아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AI 할인'을 요구하는 것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 법률 시장은 잠잠하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보수 체계와 법률 AI에 대한 낮은 신뢰도, 기술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한국 법률 시장이 아직 조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보수 체계의 차이다. 윤제선(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 창천 대표변호사는 "한국은 시간제 보수(time charge) 문화가 아니기 때문 같다"며 "다만 지금도 AI로 업무시간을 줄이고 있어 가격을 협상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둘째, 신뢰의 부족이다. 이세원(37기) 법률사무소 서화담 대표변호사는 "AI가 가진 능력치와 선임한 변호사의 AI 활용 능력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AI를 활용하는 것이 변호사의 실력을 보완하기보다, 오히려 역량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낮은 신뢰도는 근본적인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범용 AI 엔진(챗GPT 등)에 단순히 판례 데이터를 학습시킨 수준으로는 법률 업무의 복잡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Lexis+ AI'와 같은 법률 특화 AI는 판례 분석과 서면 작성을 넘어, 상대방의 논리를 분석하고 소송 전략까지 수립하는 고차원적인 작업을 지원한다. 컨설팅 기업 포레스터(Forrester)는 이런 특화 AI를 활용하면 로펌에 맡기는 업무를 13%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한 사내변호사는 "현재의 AI 답변은 신뢰도가 낮아, 검증하고 수정하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 법률 시장에서도 AI 활용에 따른 비용 변화는 '예견된 미래'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한 변호사는 그 변화의 속도는 기술 발전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어쏘(저연차) 변호사를 대체하는 수준인 미국과 달리, 한국의 법률 AI가 몇 가지 판례를 검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의미 있는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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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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