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정치]'절제와 관용'으로 '모두의 대통령'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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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미사여구로 가득했다. 모두가 '통합'을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결과는 어떠했나.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통합은커녕 갈등이 더 깊어졌다. 진영 대립이 고착화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엔 믿을 수 있을까.

정말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우리만의 리그'를 끝내자. 국민은 지쳤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끼리' 하기에는 내부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공존과 타협, 협치의 문화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갈 수 있다. 과거처럼 해서는 끝없는 도돌이표 정치 보복,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저주의 문화가 반복될 뿐이다. 진영에 속하지 않았어도 능력 있는 인사라면 과감히 발탁하라. 세대와 성별의 벽을 허물어 인재를 등용하라.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


절제와 관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출범했다. 6월9일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169석이다. 조국혁신당(12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등 범여권 정당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 의석수까지 합하면 188석이다. 우리 정치사에 이런 적이 있었나. 게다가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1728만7513표(49.42%)를 얻어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2028년 4월 제23대 총선 전까지는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구조다. 야당일 때의 거대 의회 권력과 여당일 때의 거대 의회 권력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금부터는 책임이 따른다. 민심도 전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절제가 필요하다.

'대법관 수 증원'이 핵심인 법원조직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 정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등 민주당이 처리를 벼르는 법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최대한 야당과의 협의를 거치는 게 좋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리에는 소수에 대한 배려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 절제 없는 권력은 폭주이고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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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실행과 관련 있는 이들에게는 엄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 단,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게 좋다. 무작정 넓히기보다는 확실한 책임이 있는 이들 중심으로 처벌해야 한다. 관용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받은 291만7523표(8.34%)를 더하면 1731만3162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받은 표보다 2만5649표 많다.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투표 결과는 진보 : 보수가 팽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면 안 되는 이유, 이 대통령이 절제와 관용을 통한 국민화합을 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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