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대전 지하철에
네트워크 로펌 이름 표기
지역 변호사들 불편한 시선
‘센텀시티(벡스코·법무법인 대륜)’, ‘범어(법무법인 대륜)’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이 지하철역 명칭까지 사들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두고 변호사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가 통상 홍보하던 방식을 뛰어넘는 발상이자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방 법조 시장에서는 ‘소규모 법인이나 개인변호사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여러 제약을 피하는 창의적인 광고 방식’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홍보 및 광고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관련 규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역명 병기란 지하철역의 기존 역명 뒤에 부역명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이름을 함께 기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부역명으로 결정되면 승강장 및 출입구, 안전문 등의 사인물과 하차 역 안내방송 시 함께 읽힌다. 시민들에게 해당 기업이나 기관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노출해 회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 쓰인다.
법무법인 대륜이 지하철 역명 광고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륜은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지역 중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부산 지하철 센텀시티역, 대구 지하철 범어역, 대전 지하철 시청역에 ‘법무법인 대륜’ 회사명이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지하철 시청역의 경우 승강장 및 출입구, 안전문 등의 사인물에 ‘시청(법무법인 대륜)’으로 역명이 표기됐다. 해당 역에 도착하기 전 ‘이번 역은 시청, 법무법인 대륜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부산 센텀시티역과 대구 범어역도 역내와 역 외부 사인물에 기존 역명과 함께 대륜의 이름이 병기돼 있다. 대륜 외에도 스타 법무법인이 대구 반월당역에 자사명을 병기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역명 병기 권리는 입찰로 부여한다. 입찰 및 낙찰 가격은 지하철역의 인지도와 하루 수송 인원, 지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루 평균 수송 인원이 10만명이 넘는 서울 강남역을 예로 들면 지난해 ‘하루플란트치과’가 11억1000만 원에 계약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방 소재 지하·역명은 입찰 공고가가 9000만 원에서 1억1000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이 사실상 지하철 역명까지 사들이면서 지역 법조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광고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발상의 전환을 동반하는 새로운 홍보 수단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이러한 광고가 법을 위반하거나 금지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다수의 지역 변호사들은 거액의 광고 비용을 지불하기 어렵다”고 자금력의 차이를 지적했다. 그는 “이런 광고가 확산되면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네트워크) 로펌들의 광고에 시장이 잠식돼 사무실 운영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시장의 포화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광고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 같다”며 “차라리 투명하고 건강한 변호사시장 구축을 위해 관련 광고 규정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개정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법률신문은 역명 병기 광고와 관련 대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으나 대륜 측은 “답변이 어렵다”며 회사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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