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의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불을 붙인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일부 음식점의 ‘이중가격제’다. 쿠팡이츠는 이들이 배달용 음식 가격을 매장가보다 더 비싸게 받는 게 배민 때문이라고 공개 저격했다. 발끈한 배민은 여론을 호도한다며 반박했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법적인 다툼으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양쪽의 주장은 팽팽히 맞선다. 쿠팡이츠는 24일 쿠팡 뉴스룸을 통해 자신들은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서 특정 배달 업체가 배민이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중가격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수수료 인상을 꼽는다는 점에서 최근 자체 배달 수수료를 올린 배민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는 일견 그럴듯하다.
배민의 반박을 보자. 최근 자체 배달 수수료를 9.8%로 올렸지만 이는 쿠팡이츠와 같고,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 역시 동일하다. 그런데 배민에는 쿠팡이츠에는 없는, 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하는 ‘가게배달’ 상품이 있다. 이 경우 업주가 고객과 나눠 내는 배달비를 직접 설정하고 수수료는 6.8%로 유지돼 왔다. 무료배달을 선택하면 배민이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이 가게배달과 자체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게 배민의 입장이다. 복잡다단하지만 세세히 뜯어보면 어느 한쪽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개된 시장에서 경쟁하는 양사가 들고 있는 근거는 사실에 기반한다. 다만 각자 유리한 것을 앞세우고 불리한 것은 슬쩍 뒤에 둘뿐이다.
핵심은 이중가격제의 책임 소재가 아니다. 이 논란이 없었어도 양사는 부딪혔을 게 뻔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배민은 매각의 이유로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의 거센 도전’을 꼽았다. C사가 쿠팡이다.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배달앱에서 가격이 낮거나 동일하게 설정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이 입점 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배민은 최혜 대우 요구는 경쟁사(쿠팡이츠)에서 먼저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배민이 쿠팡이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쿠팡이츠의 지난달 사용자 수(MAU)는 8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99.2% 늘었다. 쿠팡이츠의 확대 전략은 시장도 바꿨다. 처음엔 배달원이 한집에 배달하는 단건 배달을 내세웠고 이후에도 구독자 대상 할인 프로모션에 이어 올해는 무료 배달 경쟁에까지 불을 지폈다. 배민은 1위 업체지만 단건 배달부터 무료배달, 구독제까지 쿠팡이츠에 끌려다녔다. 결국 본질은 후발 업체의 거센 공세와 이에 맞서 시장을 지키기 위한 기존 업체의 점유율 다툼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배달 생태계의 한 축인 외식업주는 뒷전이라는 점이다. 정부 주도로 꾸려진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 협의체가 지지부진한 게 그 방증이다. 다음 달까지 결론을 내는 게 목표지만 수수료율 인하 등 실질적인 상생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출혈 경쟁이 아닌, 배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상생 경쟁을 펼칠 때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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