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 기대도 나와
임시 그룹협의회 내부 수습 방안 지속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구속까지는 예상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 수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증거 인멸, 특히 누구나 아는 기업 창업주에 대한 도주의 염려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도 회의를 열어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 발표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카카오가 지난해 2월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에스엠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2월 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 위원장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이러한 주장이 힘을 받았다. 지난 18일 김 위원장은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공모해 에스엠 주식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대표가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것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가 3월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김 위원장의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음을 의미하며, 한 차례 기한 연장을 포함해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 후 기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2021년 6월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를 설립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해온 만큼, 내부에서는 배신감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받던 김 위원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내부 충격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카카오는 앞서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마련한 내부 수습 방안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현재 마지막 입장"이라고 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경영쇄신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사업 추진을 지속해줄 것을 당부했다. CEO들도 진행 중인 미래 성장 전략 등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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