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 행복추구권 논란
상대방의 이익 해치지 않아야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민법 제810조이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부터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다. 중혼금지 규정이자 일부일처제를 천명하고 있는 규정이다. 혼인제도는 그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제도로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제도는 일부일처제이다.
일부일처제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인류학자나 진화론자 중 일부는 인간의 경우 일반적인 포유류와 달리 오랜 양육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부가 힘을 합쳐서 자식을 돌보아야만 생존 가능성이 커져 일부일처제가 정착되었다는 학설을 주장한다. 인간과 비슷하게 새끼가 태어난 후 양육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조류의 경우 90%가 일부일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든다.
이 밖에도 유전학적 요소가 유사하나 짝짓기 행동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두 종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특정한 호르몬이 짝짓기 행동에 있어서 차이를 가져온다는 생물학적 접근을 한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일부일처제가 사유재산 개념이 등장한 이후 사적 소유라는 경제적 조건 때문에 생겨난 가족 형태라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F.엥겔스의 이론이다. 엥겔스는 인류가 정착하고 농경 생활을 하면서부터 사유재산 개념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속이라는 이슈가 발생하면서, 상속자를 확실한 자신의 혈육으로 정하는데 있어서 일부일처제가 가장 안정적인 제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일부일처제는 농경사회가 시작된 1만년전 부터 형성되어온 제도인 점도 위 이론에 부합한다고 보겠다. 혼인제도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기본단위인 가족의 구성원리이기 때문에 기원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규범이라 하겠다.
이러한 우리의 기본 혼인제도인 일부일처제와 관련한 쟁점 중 하나가 이혼에 있어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입장과 관련하여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와 관련해 우리 대법원은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협의이혼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우리나라는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협의 이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기 때문에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현실적으로도 이혼의 80%가 협의이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되어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민법 혼인에 관한 규정들이며 그에 대한 해석의 원리도 그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도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고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않게 행사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돈이 많거나 적거나 예외 없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사회지도층이고 공인에 해당하는 지위에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성문법 이전에 이미 인류의 보편적 제도로 정착된 것이라면 더욱 지켜나가야 할 핵심 가치라는 생각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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