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출입 기자 간담회' 답변

조희대(사진)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법원 내부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관련해 “입법적으로가 아니면 시행할 수 없는 제도”라는 소신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단행한 첫 법관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이미지출처=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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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법조 일원화 정책’에서 요구하는 법조 경력 조건 완화를 총선 이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법개혁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법관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래는 주제별 대법원장 답변 요약.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입법 사안

모든 법관들이 싫어하는 게 법관 관료화 문제다. 그런데 막상 사법부가 1, 2심을 분리하고 나니 오히려 모든 법관들이 법원장이라는 관료에 매달리는 문제가 생겼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그 당시에도 각국 입법례를 조사한 검토보고서가 있는데,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하는 나라는 현재 보고된 바로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영미법계서는 주민이 판사와 법원장을 선거하는 제도는 있다. 입법례도 없다. 우리도 법원조직법 자체가 법원장 추천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대법관 시절 대법관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논의했을 때 전임 대법원장(김명수)이 당장 다 하는 게 아니고, 일단 몇 개 법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 그 성과를 토대로 국회에서 장단점을 이야기해 입법화하자고 했는데, 입법화가 잘 안되고 전국에 확대된 것 (같다). 제가 퇴임 이후라 그 뒤의 경과는 모르지만, 있을 당시 경과는 그랬다. 결국 이건 어느 모로 보나 입법적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 제도나 입법례에 맞지 않아서 그대로 할 수 없는 제도이다. 향후 장기적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법부의 불안요소가 되지 않게 전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서 어느 것이 가장 합리적 방안인지 결정할 생각이다. 하반기가 되면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법원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다. 또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한 계획 역시 구성원에게 알릴 예정이다.


경력법관 선발은 벨기에처럼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야 하는지도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과거 경력법관의 경력을 조정하는 법안이 부결됐다. 저희도 입법부의 조치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취지를 존중하고 있다. 다만, 대륙법계 국가 중 경력법관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벨기에와 대한민국 딱 두 나라다. 그런데 실행해 보니 실제로 우수한 법관 자원을 뽑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벨기에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벨기에는) 사법 지체, 고령화 문제로 국민들의 사법 신뢰가 저하돼 입법적 조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내용인즉슨, 각 담당업무에 맞는 경력 법관을 뽑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석은 3년 이내, 단독법관은 7년, 합의부 재판장은 10년 등 각 경력에 맞게 뽑는 것으로 입법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1심에선 기본적으로 합의재판이 없다. 미국은 (판사가) 진행만 하고 모든 결론은 국민이 떠맡아서 배심 재판으로 결론 내린다. 우리는 3200페이지의 무죄 판결문이 나오지만, 미국은 무죄가 나면 판결문 자체가 없다.


그런 시스템하에서의 역할과 대륙법계 배석판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벨기에식으로 배석법관의 경력은 3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단독판사, 합의부 재판장은 국회가 지적한 대로 7년, 10년, 15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다. 국민, 기자, 언론에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 공론화된 상태에서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력법관 문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설명할 계획이다.


법관 장기 근무 유인책은 ‘보수’


고등법원 판사는 5년, 10년, 20년간 재판만 한다. 사건 난이도도 높아 6~7년 하면 체력적 한계가 온다. 예전에는 7년쯤 되면 법원장이 되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지금은 꽉 막혀있다. 로펌은 그런 사람을 향해 집중적으로 영입한다. (판사도) 인간이다. 이들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5~10년 (근무)했을 때 다시 재충전할 안식년을 주는 방법 등일 것이다.


또 벨기에의 경우 경력법관제도 (개선)했지만, 보수도 획기적으로 (올렸다). 싱가포르, 영국 등 최근 사법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대거 (법관) 보수를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방법으로 우수 인재를 뽑았다. 우리도 가장 빠른 수단은 예산을 확보해 보수를 높여주는 것이다. (과거) 제가 판사가 될 땐 다른 직역보다 (보수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법관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지치거나 힘들 때 유혹이 오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법관이라고 해서) 성인군자처럼 할 순 없는 일이다. 대우 인상, 해외 연수 기회 확대, 안식년 제공 등 법관들이 숨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판결문 공개 공감하지만 입법 문제


판결문 공개 범위는 입법을 통해 확대됐다. 다만 공개할 때 비실명화를 해야 하는데, 비실명화 작업은 ‘사법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즉, 대법원장으로서 공개하자는 입장이지만 나중에 책임질 사람은 사법부 공무원이다. 또 비실명화를 하려면 예산과 비용 이 투입되어야 한다. 역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언론이 동시에 추진해 공개 문제를 입법화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법관들에게도 중요하다. 법관은 (에너지의) 70%를 판결에 쏟기 때문에 판결에 가장 긍지를 느낀다. 자신이 쓴 판결문 공개를 통해 법관이 된 보람,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점에서도 공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에 예산 편성권·법안 제출권도 있어야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언론 등에서 사법행정처가 왜 비대화하느냐고 지적하는데, 역으로 ‘예산 편성권’을 말하고 싶다. (사법부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0.5%도 안 되는데, 그 범위 안에서 사법부가 예산 편성을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면 (좋겠다). ‘법률안 제출권’도 마찬가지다. 판결 공개, 경력법관 문제도 사법부가 (법안) 제출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을 만들어 (직접)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 부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정치권이 또 사법부에 부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디지만 그러한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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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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