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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설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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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설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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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집이 서울이지만, 장보기는 대부분 김포에서 하고 있다. 서울에서 살던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은퇴 후 조용하고 공기가 맑은 김포로 이사를 하셨다. 이 때문에 처가 방문을 위해 주말에는 김포에 갈 일이 많은데, 처가를 들린 이후 김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이다. 서울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이지만, 김포는 수요일에 쉰다. 서울에서 장을 보려면 복잡하게 날짜를 계산해야 하지만 김포에서는 주말 아무 때나 장을 보러 가도 된다. 이 때문에 집에서 25km 떨어진 김포에서 장을 보는 것이다.


정부가 생활 규제 개혁방안의 하나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인 새벽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발표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이번엔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요"라며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만들어진 이후 꾸준하게 규제 개혁 논의가 이뤄졌지만, 번번이 헛물만 켜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폐지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락가락하는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실 국민제안투표에서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 폐지'가 1위로 선정됐다. 하지만 투표 조작 논란이 벌어졌고, 윤석열 대통령이 암사종합시장에서 주재한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내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 폐지는 윤 대통령의 규제개혁 1호 공약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정부가 '킬러 규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이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를 놓고 표면상으로는 정부와 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내부 기류가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 10시)를 푸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같은 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에서 관련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발의한 법안을 야당이 되자 반대를 하는 것이다.


결국 대형마트 의무 휴업 논란은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 허용 문제는 소비자도 찬성하고, 대형마트 규제 당시 이해관계자였던 중소유통업계도 찬성하고 있다. 정치권만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의 발표는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결국 대형마트 영업규제 해제는 입법 보완을 통해서만 온전히 가능해진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고, 유권자와 이해관계자가 찬성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야당에도 함께하자고 설득을 했는지 의문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이 정해졌기 때문에 야당은 선거의 각을 세우기 위해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형마트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연합회와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발표되자 곧바로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한 논란은 소비자의 선택과 직결된 문제다. 사전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야당과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만 가져오게 된다. 12년째 반복된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움직임이 이번도 공염불이 될까 우려스럽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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